한국일보

베일에 싸인 오스트렐리아

2000-09-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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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브라이슨, 월스트릿저널 기고)

호주 오픈이나 ‘크라커다일 던디’로 유명한 폴 호건이 없었더라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호주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한해를 보낼 것이다. 언론들도 세계에서 6번째 큰 나라인 호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인색하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97년에는 파멜라 해리먼이 죽은데 대해서는 22번이나 기사를 썼으면서도 호주에 대해서는 20번밖에는 쓰지 않았다. 97년은 좀 나은 편이고 98년에는 단 6번뿐이었다. 벨라루스나 부룬디, 다른 어떤 나라도 이처럼 소홀한 취급을 받지는 않았다.

미국인들은 호주인들과 같은 언어를 쓰고 호주에 대해 대체로 호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나라 총리가 누구고 수도가 어딘지도 모른다. 뉴스데이 같은 신문은 최근 시드니가 호주의 수도라는 오보를 내보내기도 했다(정답은 캔버라다).


이번 올림픽이 호주에게 중차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번만큼 호주가 전세계인의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호주가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지리적으로 너무 멀고 면적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전체와 맞먹지만 인구는 1,800만으로 뉴욕시 하나와 비슷한 정도다. 루퍼트 머독, 러셀 크로우등 호주인들중 유명인은 대개 외국에 나와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호주는 별로 뉴스가 될 만한 일을 하지 않는다. 전쟁무기를 팔거나 마약자금을 세탁하거나 밀입국자를 양산하지도 않는다. 미국인 관심을 끌만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인들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호주는 대단한 나라다. 호주에 사는 동식물의 80%는 호주에서만 산다. 호주인들은 가장 건조하고 더운 지역에 가장 번창하고 인심좋은 사회를 만들었다. 아이어스 락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세계적인 장관이다.

호주는 가장 흥미롭고 성공적인 나라다. 유엔보고서는 호주를 세계에서 7번째로 살기 좋은 나라로 마크하고 있다. 독일이나 스위스, 오스트리아보다도 먼저다. 이번 올림픽이 모두에게 호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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