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자와 메달의 감격

2000-09-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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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윌번<워싱턴 포스트 기고>

벌써 8년전 일이지만 이 아이는 그날을 분명하게 기억한다. 고등학교에 다니며 라이프 가드로 일하면서 그보다 2년전 들어선 180도 다른 세계의 문화와 언어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레니 크래이젤버그는 그 때 15세였고 일하고 공부하며 엘리트 수영 선수로서의 자리를 지키기에 너무도 벅찼다. 5살때 러시아에서부터 수영장에서 살기 시작해 가족이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남가주로 이주하고도 수영 훈련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당시 그는 단지 부모를 기쁘게 하리라는 생각에 수영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는 아버지에게 “더 이상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의 아버지 올렉은 철저하게 구소련 산이었다. 너무 단호하다는 말이다. 아이와 그의 어머니는 그날 밤 올렉의 대답을 기억한다. “해야만 한다” 그뿐이었다. 그래서 레니는 수영을 계속했다.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했다.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결과는 기대하지 않았다. 3~4년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했다”고 아이는 지금 말한다.

그 아이 레니가 18일 100미터 배영에서 금메달을 땄다. 호주의 매트 웰시를 누르며 그 과정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그의 아버지는 “다시 한번 태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에는 이런 걸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졌었다. 모국 러시아의 압제를 피해 가족들이 기회가 풍성한 미국으로 건너오고, 거기서 아이는 어느 길로 갈까 망설이다가 어찌어찌해서 한 방향으로 계속 나가라는 영감을 얻고 그리고 끝에 가서는 엄청난 기회와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끝나서, 크래이젤버그가 그랬듯이 미국 국가의 첫 소절이 울려퍼지면 그는 러시아를 떠나서 캘리포니아에 도착하고, 영어를 배우고, 가족들이 돈 문제로 걱정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제 24세가 되어 가는 나이이지만 경험이 그를 실제보다 성숙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러시아 태생이며 미국시민이며 유대인인 자신의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자라며 근로윤리와 헌신을 배웠고 미국에 와서는 희생할 각오만 되어 있으면 기회는 주어진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크래이젤버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민자들이 일반 다른 미국인들보다 자유를 훨씬 더 잘 이해하고 감사하는 것 같다. 우리는 미국과 구소련의 다른 점을 조목조목 말할 수 있지만 그 분명하고 희미한 차이들은 다른 세계에서 이 세계로 기꺼이 넘어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거쳐온 긴 여정 동안 그는 그가 접촉하게 된 사실상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비결은 열심히 노력하고, 부모의 말을 잘 듣고, 목적 달성을 위해 전심전력하는 착한 아이로 자라는 것이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종종 웃음거리가 되는 미덕들, 그러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새로 미국에 온 사람들에게는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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