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에서 바라본 세계

2000-09-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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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장자오민 주석의 CBS 방송 인터뷰를 본 것은 참 우연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중국 대륙 땅에 밟으면서 과연 "대륙근성"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중국 이곳 저곳을 여행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우연히 장자오민 주석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들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대륙근성"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이해를 하게됐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감정은 "도대체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호기심과 "저 사람들 조심해야 되겠는데"하는 적대감이 항상 교차되고 있다.

이날 본 시사주간 60분에서의 인터뷰 가운데서도 이러한 적대감과 호기심이 아주 명백하게 드러났는데 인상적인 것은 장자오민 주석의 "만만디"(여유자적)한 반응이었다.

미국 기자가 "왜 당신은 야당을 허용치 않고 독재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장주석은 "독재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며, 단지 중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안정이 가장 중요하고 인민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일당체제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미국은 가끔씩 자신의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려 드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오히려 질문한 사람의 뒤통수를 쳤다. 또한 "서방 언론을 통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그것은 때로 국가 이익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에도 언론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보다 낮은 개념이며 국익에 합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연하게 언론 탄압을 하고 있으면서도 명분(?)을 들먹이며 오히려 큰소리치는 장주석의 태도를 보면서 소위 말하는 "대국근성"이 저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으로 방문해 본 중국이라는 나라는 13억의 엄청난 인구가 빈곤과 정부의 통제에 시달리면서도 21세기는 중국이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노출하는 묘한 모습이었다. 북경대학에서 국제 경제를 공부하고 있는 짜오핑이라는 대학생은 "중국은 현재 농산물 가격이 너무 낮아서 농촌이 살지 못하고, 그로 인해 전체적인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이 국제 농산물 가격대로 정상화된다면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이 단시간 내에 급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21세기는 당연히 중국이 전 세계를 정치, 경제적으로 이끌어 가는 중심 세력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미국이 지는 별이면, 중국은 뜨는 해라고 표현했다. 북경과 상해등 인구 1천만 이상의 대도시에는 21세기 첨단 공학으로 건축된 고층 빌딩들이 거리 중심가를 가득 채우고 있어 국제 도시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뉴욕 맨해턴이나, 서울의 고충 빌딩들이 이곳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였다.

중국은 가는 곳마다 사람과 자전거의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13억의 인구라 하지만,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자아이를 출산한 뒤에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있어 실제 인구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대국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1억 이상의 인구를 갖는 것이라고 했는데... 중국은 13억이니... 세계의 리더가 되기 위한 그들의 잠재적인 가능성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가시화 되고 있었다. 중국에서 바라본 세계의 중심은 그 나라의 명칭이 표현하듯 바로 中國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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