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웬허, 아직 자유의 몸 아니다

2000-09-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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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웬허가 인종차별을 받았는지 여부는 제쳐놓고라도 이번 사건은 미국이 기회의 나라인지는 몰라도 정의의 나라는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모델 마이너리티도 법 앞에 평등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리씨가 아시안이란 이유 때문에 기소됐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그랬을 가능성이 더 많다. 82년에는 중국계 빈센트 친이 디트로이트에서 일본계로 오인돼 몰매 맞아 죽은 사건이 있었다. 리씨는 중국과는 적국인 대만 출신인데도 중국을 위해 스파이 노릇을 한 혐의를 받았다.

지금 미국에서는 중국이 나쁜 나라로 비쳐지고 있다. 이것은 중국계뿐 아니라 한인이나 월남계, 일본계 모두에게 나쁜 소식이다. 미국인들이 대만계를 중국 간첩으로 모는 것은 언뜻 일리 있는 것처럼 생각될지 모르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고통이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아시아계 과학자의 군사연구소 지원이 대폭 줄었다. 차별등 부당한 대우를 당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제임스 파커 판사는 리씨에게 사과함으로써 보기 드문 용기와 솔직함을 보여줬다. 미국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다른 나라라면 어림도 없다.

그러나 이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일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철저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시민위원회가 경찰을 감독하는 것처럼 연방 법무부에도 검찰의 잘못을 감시하는 시민위를 두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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