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빠진 올림픽 중계

2000-09-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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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이번 올림픽 경기를 일찌감치 ‘생방송’으로 접하고 있는데 미국에 사는 사람들만 한발 늦게 ‘재방송’으로 보고 있는 셈이야"

"441.5시간의 올림픽 중계를 100% 녹화로 밀고 나가겠다는 NBC 방송사의 배짱은 기가 막힐 노릇이지"

전세계 199개국에서 1만5,300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선수단이 참가한 시드니 올림픽이 LA 시간으로 16일 상오 1시 개막식과 함께 화려한 막을 올렸다. 그러나 7억500만달러의 거액을 내고 시드니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딴 NBC-TV는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황금시간대인 이날 하오 7시30분에야 개막식을 녹화 중계하는 것을 비롯해 올림픽기간 내내 단 1분의 생중계도 계획하지 않고 있어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다.


광고 때문에 부득불 저녁시간대에 중계해야 한다면 현지시간에 맞춰 생중계를 한 뒤 하이라이트만 뽑아 저녁시간에 재방송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잠 안 자고라도 개막식을 지켜보겠다"는 시청자들의 하소연을 NBC측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NBC가 아무리 이윤추구가 최상의 목표인 상업방송이라지만 연예 프로그램도 아닌 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을 녹화로만 중계하겠다는 결정을 제정신을 가지고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올림픽 경기를 생방송을 중계하고 있는 캐나다와 인접한 시애틀, 버팔로, 디트로이트 등 미북부 지역의 시청자들은 캐나다 CBC 방송의 생중계를 시청하며 NBC의 녹화 중계를 외면하고 있어 NBC 관계자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가 영화와 다른 점은 사전에 연출을 할 수 없고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도 없다는데 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각본을 짜놓고 하는 스포츠 경기라면 관중이 들 리가 없다. 스페인에게 3대0으로 대패한 한국 축구 경기를 뒤늦게 방영한다면 시청할 사람이 있겠는가. 녹화된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은 마치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온갖 첨단장비가 동원돼 ‘사이버 올림픽’을 방불한다는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는 올림픽 공식 사이트(www.olypics.com)와 NBC 방송의 사이트(www.nbcolympics.com) 등 화려한 디자인의 인터넷 사이트들도 많이 등장했지만 역시 생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 만큼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미주 한인들 가운데는 이번 올림픽을 실시간대에 생중계하고 있는 한국TV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라도 남북한의 역사적인 단일팀 입장 광경을 보겠다는 기대감 속에 개막식이 열린 15일밤 늦게까지 컴퓨터 앞에서 잠 안 자고 기다린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같은 기대마저 ‘IOC의 2000시드니 올림픽 인터넷 생중계 방송 불허방침으로 인해’ 방송사들이 생중계 서비스를 중단하는 바람에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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