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와 아빠의 차이

2000-09-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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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를 키우며

▶ 유명찬<엔지니어>

정부통계에 의하면 15세에서 19세사이의 틴 에이저들의 출산율이 소녀 1,000명당 1980년에는 53명이었는데 99년에는 49.6명으로 줄었다. 1957년에는 1,000명당 96명이 아이를 낳았지만 그 당시의 시대사조로 보아 일찍 결혼해서 엄마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1980년 이후소녀들의 출산율에 정부당국이나 사회연구기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아버지날이 되기 얼마 전에 엔지니어인 로버트가 내 방에 들어오면서 “1년 365일 중에 사람들이 제일 많이 당황하는 날이 언제인지 아세요?” 하고 농담으로 질문하는 것이었다. 어린 소녀가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은데 20세가 되기 전에 여러 남자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아이가 둘셋이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아버지날에 남자친구였던 3명의 소년 아버지가 자기 자식보겠다고 소녀 엄마를 찾아왔을 때 키 큰 친구가 첫째 아이의 아버지인지 키 작은 친구가 셋째의 아버지인지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것을 빙자해서 아버지날이 365일중 제일 혼동하는 날이라는 농담이었다.

생물학적인 면에서 남자 또는 아버지의 역할은 정자를 제공하는 대단히 짧은 순간적인 것이다. 오늘날 아버지라고 하는 정의는 여러 면으로 분산되었는데 아버지 같은 분(like a father), 의붓아버지(step father), 좋은 분(the good man), 사회적인 면에서 아버지 없는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경우를 positive male role model, 엄마의 보이프렌드 또는 엄마의 남자친구 등등으로 아버지가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자식관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고 한결같은 것이다. 생물학적인 면에서 순간적으로 정자를 제공하고 마는 남자와는 달리 엄마는 긴 임신기간과 오랜 기간의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생물학적으로 남자와 여자, 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진정한 의미의 아버지라고 하는 것은 태어나서 성장하는 긴 과정에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뒷받침을 하는데서 이루어진다고 하겠다.

정자제공을 해서 아이의 세포분열은 시작하였지만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뒷받침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인 면에서 아이성장의 필요에 의해서 아버지 같은 분, 의붓아버지, 아버지처럼 아이에게 모범이 되는 분의 명칭등이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비운 자리를 메꾸어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딸 둘을 키웠다. 어린 시절 아이들이 정글 짐이나 높은 사다리를 올라갈 때 아내는 아이들보고 조심하라고 수백번 당부한 것을 기억한다. 아빠인 나는 더 올라가라고 재촉을 했다. 떨어지면 아빠가 받을 테니까 걱정 말고 더 올라가라고 하였다. 이것이 바로 아이들 성장과정에서 엄마와 아빠가 취하는 근본적인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쿠바소년 엘리안 곤잘레스도 본국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엘리안이 아버지와 같이 쿠바를 탈출하다가 아버지가 죽고 엄마가 엘리안을 쿠바로 돌려달라고 했다면 아마도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은 역시 어머니하고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딸을 기르며서 의견상의 차이에서 딸들과 아내사이에 끼어들어 한번도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며 할 수도 없는 신비스럽고 친밀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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