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둑은 빛내야할 한국의 자랑.

2000-09-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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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주용관<미주한인바둑협회 회장>

수십년 전에 구소련과 미국이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두뇌를 걸고 체스대회를 했다. 상금도 20만~30만달러씩 걸었으니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족히 1,000만달러는 넘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니 그 대회를 위해서 상대국 선수들의 장단점, 음식의 기호, 버릇등 모든 것을 수집하는데 CIA와 KGB가 동원됐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은 컴퓨터의 체스 실력이 인간을 이길 수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잃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둑은 어떠한가. 컴퓨터 학자들은 어느 정도의 수는 가능하지만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단언한다.

즉 체스의 수가 하나라면 바둑의 수는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이민 역사도 1세기가 되었는데 과연 우리는 유구한 문화민족으로서 미국사회에서 인정과 공감을 받을 만한 공헌을 했나 하면 한 마디로 야박하지만 ‘없다’이다.


미국의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 방황을 하고 있다. 과격하고 급하기만 하지 신중함과 침착성이 너무나 결여되어 있어서 많은 교육자들은 고민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를 흥미 있고 또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바둑을 보급하고 가르치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강력범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가지 공통점은 거의가 바둑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바둑을 배웠다면 중범죄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단적으로 바둑이 인간의 심성에 끼치는 영향력을 표현한 것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초강대국 미국사람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과연 이 사람들에게 무엇으로 접근하고 좋은 평판을 받을 수 있을까. 나는 바둑에 미쳐서 그런지 바둑 보급뿐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6억인구가 매일 바둑만 둔다 해도 똑같은 바둑은 나올 수 없다. 이 얼마나 가공할 일인가. 많은 물리학자들은 바둑의 신비함을 우주와 비슷하다고 얘기를 한다. 이에 많은 천재들은 매료되어 끝없는 도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5분 동안 배워서 평생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둑을 배우기는 매우 쉽다. 그러나 잘 두기는 어렵다. 배우면 배울수록 그 오묘한 수의 변화는 가히 우리 인간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한다.

세계 지성인의 요람인 하버드 대학교에서 한국 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국수를 초청해서 바둑강의를 듣고 국가원수 이상 대접을 했다면 독자들은 매우 놀라거나 믿지 않을 것이다.

생김새와 피부색깔이 다르고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서로 이해하고 친근하게 하여 주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문화이다. 문화는 배우기가 쉬워야 하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켜 주는 한국의 문화가 바로 바둑이다.

일본은 70~80년 전에 일본 용어 로마자 표기 영문 바둑책을 발행하여 전세계에 바둑을 보급하였기 때문에 바둑을 ‘Go’라고 부른다. 일본말로 바둑을 ‘고”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국제화 시대에 ‘Go’면 어떻고 ‘Badook’이면 어떠하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미국의 주류사회에서 아이덴티티가 있는 민족은 자기의 문화와 언어를 지키면서 이 사회 속에서 어우러져 살려고 노력하는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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