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홀몸으로 자녀를 제대로 키우려면

2000-09-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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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니 송(가정사역 상담소장)

한모씨는 미셸이 두 살때 남편과 이혼한 후 20여년 동안 혼자 딸을 키워왔다. 주위에서 권하는 재혼도 딸을 위해 마다하고 그대신 직장생활에 충실하고 테니스를 배우는등 자신을 향상시키는 일에 정성을 쏟았다. 한씨의 딸 미셸은 현재 소아과 의사를 꿈꾸며 명문대학에서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엄마를 닮아 판단력이 뛰어나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깊이 이해한다.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도 바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함이라고 한다.

요즘 한인사회에서도 이혼 가정이 늘면서 혼자 자녀를 키우는 편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모두가 이처럼 자녀교육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가정의 자녀가 모범생이 되고 어떤 가정의 자녀가 문제아가 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자신의 문제를 숨기지 않고 도움을 구하는 분들은 이미 절반은 문제를 풀었다고 볼수 있다. 이혼의 수치심과 죄의식을 극복하고 자신이 편부 편모임을 수용하고 자녀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나서는 분들은 결혼의 실패자라기 보다 인생의 서바이버다. 연구 보고서들은 한결같이 부모의 자세가 열쇠라고 지적한다. 숨기고, 피하고, 고립되고 또 자녀에게 지나치게 집착해 과잉보호를 하거나 자녀를 자신의 배우자처럼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편부모의 자녀는 친구를 집에 데려오지 않고, 어둡고, 애어른 흉내를 내거나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탈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 반대로 적극적인 자세로 외부의 도움을 구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한 편부모들은 자신이 성장할 뿐 아니라 자녀들도 사회에 잘 적응한다고 한다. 요즘 이혼율이 늘어나는 이유중의 하나도 바로 이러한 연구 결과에 용기를 얻은 사람들이 문제 가정을 떠나는 데 있다. 전에는 아이를 위해서는 참고 살아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병든 가정에서 함께 사는 것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 보는대로 하기 때문에 병든 가정의 나쁜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는 일은 자녀교육을 위해 선결과제다.


지금까지 편부모들을 상담하며 얻은 자녀교육 지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감정의 쓰레기 정리를 위해 자신을 열라. 처지가 비슷한 편부모들과 정기적으로 소그룹으로 모여 마음에 쌓인 찌꺼기들을 내어놓고 버릴 것은 버려라. 전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공격이나 원망 보다는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라. 그것이 어려우면 일기장에 마음을 쏟아 놓든지 묵상을 하며 기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 주의할 것은 자녀에게는 자신의 아픔을 나누지 말라. 자녀를 상담자로 만드는 것은 아이에게는 해로운 일이다.
둘째, 전 파트너와는 경쟁하지 말고 협조하라. 특히 자녀양육 문제에 있어선 늘 자녀를 우선 염두에 두라. 자신의 감정의 쓰레기가 많이 정리된 사람일수록 협조하기가 쉽다. 절대로 아이를 인질로 삼아 상대에게 보복하려 하지 말라.

셋째, 자기개발에 시간과 물질을 투자하라. 자신의 일그러진 자아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자신을 실패자나 피해자 자리에 놓아 두지 말고 자신을 극복자의 자리에 놓아두라. 둘이서도 힘든 자녀양육을 혼자 감당하며 독립적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개척자의 모습을 연상하라. 결혼에는 실패했더라도 엄마나 아빠로서의 역할만은 훌륭히 해내겠다는 자신감과 열망을 가져라.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직업훈련을 위해 학교에도 가고 직장도 얻고 열심히 자녀양육 교실에도 참석하라.

넷째, 팀웍으로 가사일을 분담하라. 온 가족이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고 자녀들에게도 일찍부터 잡 트레이닝을 시켜라. 용돈을 그냥 주지말고 보수로 주라. 나이에 따라 일을 맡기고 그 보상을 받게 하라. 매년 생일이 되면 임금을 인상하라. 협상하는 훈련을 일찍부터 하라.

다섯째, 폭넓은 교제로 삶을 풍성하게 하라. 편부모들과만 교제하지 말고 일가친척, 친구, 교회, 사회활동, 취미그룹 등에 참여함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여가를 즐겨라. 조깅, 등산, 테니스, 수영 등등이 유익하다.

여섯째, 재혼의 유혹에 쉽게 빠지지 말라. 자녀를 위해 재혼을 한다는 것은 자기 합리화일수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길인지 또 하나의 도피인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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