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일의 열쇠는 굳은 의지

2000-09-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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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허병렬<교육가>

자동차는 개스를 넣어야 달린다. 일을 할 때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 앞으로 나간다.

한 일본학생이 “경의선 옛 철길 ‘통일 무관심’도 복구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이 글을 읽은 느낌이 착잡하다.

글의 내용은 한국친구들에게 북한 이야기를 하면 무관심했었고, 특히 통일에 대한 화제를 꺼내면 ‘꼭 해야 한다’는 답 보다 ‘안해도 된다’거나 ‘좀 늦췄으면 좋겠다’는 답을 듣기가 일쑤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심경이 흘러간 오랜 세월 때문이라고 이해하지만, 복구되는 경의선과 함께 통일에 대한 한국인의 무관심도 복구되기를 바란다는 우정의 글이다.


반세기는 긴 세월이다. 60세 이상의 나이가 아니면 북한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없어서 나타나기 쉬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북한과 남한은 경제적인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통일이 되면 남쪽에서 북쪽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부담감을 가지는 지도 모를 일이다.

해방이후 북쪽에서 많은 피난민이 남하하였다. 생명을 걸고 남하한 그들을 이해하고 동정하였지만 가까운 친척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생활력이 강한 그들은 열심히 일해서 남한의 상권을 잡고 자립하여 경제를 도왔다. 상호협조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이란 무엇인가. 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꼭 함께 살 필요가 없다는 해석은 옳지 않다. 통일은 말하자면 옛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태는 자연스럽지 않다. 한 나라의 허리를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서 피가 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의 과정에서 마찰음이 생기더라도 이루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진 중요한 일이다.

통일연구가들의 말에 따르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통일 비용이 가산된다고 한다. 경비 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할 지도 모르는 상황일 것이다.

의지는 사물을 깊이 생각하고 선택, 판단하여 실행하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말한다. 이것이 추진력의 바탕이 된다. 일에 성공하려면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그것을 살리려는 굳은 의지가 없으면 이슬처럼 스러지고 만다. 훌륭한 연구도 결과를 보려는 굳은 의지가 없으면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도 기록을 갱신하려는 굳은 의지가 없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한국의 통일은 어려운 일 중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주변 강대국들을 다스리는 지혜와 테크닉이 필요하고, 국내외 여론을 모으는 일에도 정성을 기울여야한다. 더욱 힘든 일은 남북의 체제 해결 문제인 줄 안다.

그런데 앞의 모든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열쇠가 있다. 우리는 통일이 우리 자신이 풀어야 하는 명제임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또 이 일이 자연의 추세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이 일에 무관심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들 하나 하나의 마음에 통일에 대한 굳은 의지가 있을 때, 이것이 바로 염원을 성취시킬 수 있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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