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아 농장

2000-09-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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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일기

▶ 오홍조 (치과의사)

의사생활을 해온지도 40년이 되어간다. 치과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 여러가지 어려운 일이 많지만 나의 경우 제일 어려운 일은 환자의 치아가 어떤 원인이든 모두가 좋지않아 전부 뽑고 틀니를 해야할 경우이다.

“이를 다 뽑고 틀니를 해야겠습니다”라고 하면 열이면 열 환자들이 화를 벌컥내며 노여워한다.

물론 이 경우 환자들도 잘안다. 치과에 가면 어떤 진단이 나올거란 걸 환자 자신도 알면서도 “이를 고쳐주지는 않고 뽑으려고만 한다”며 무능한 치과의사라고 말한다.


나도 하도 여러번 혼이 나서 요즘은 엑스레이와 함께 입안을 비디오로 직접 찍어 보이면서 이 치아는 이래서 나쁘고 저 치아는 저래서 못쓰겠고 하며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설명하여 환자 스스로가 “이를 다 뽑고 틀니를 해 주십시오”라는 주문을 받아내곤 한다. 늘 진땀이 나는 일이다.

그런데 며칠전 의학저널에 깜짝 놀랄 기사가 나왔다.‘치아 발생에 관여하는 새 유전자 발견’이란 제목하에 ‘틀니 대체할 치아 재생법 개발’이란 부제를 달고 있었다. 유전자에 바탕을 둔 치아 재생기법을 이용해 상실된 치아를 대체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저널에 소개된 미국 텍사스 헬스 사이언스센터의 매리 맥두걸 교수 연구팀은 “조만간 손상된 치아는 구강내에서 혹은 연구실에서 새로 자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연구가 실현되면 치아 손상을 대체하는 최선의 방법은 틀니나 치아이식이 아닌 치아 재생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 연구팀은 또 치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와 발생과정에서 어떻게 기형이 되는지 그리고 인간 치아에 재생을 결정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구조적 요소들이 형성되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이과정에서 연구팀은 정상적인 치아 발생에 영향을 주는 염색체 4에 위치한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치아 농장’을 만들어 다양한 형태의 치아 세포를 자라게 함으로써 어떤 유전자와 치아가 관련이 있는지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치아를 재생함으로써 틀니 없이도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유전자 코드를 조합하는데 성공하더니 ‘치아 농장’을 만들어 치아를 생산하고 이를 이식하는 획기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꼭 우리 앞에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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