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설과 함께 한국의 양대 명절이다. 이곳 미국 땅에 살면서 미국 공휴일도 아닌 추석명절을 제대로 지키기는 어려움이 많지만 미주 한인들 가운데도 추석을 맞아 부모 묘지에 성묘를 하거나 고국의 친지에게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은 많다. 특히 LA에는 한국의 백화점에서 직영하는 업소등 통신판매 업체들이 많아 전화 한통화면 한국의 친지집으로 선물을 보낼 수 있어서 편리하다.
40대 한인주부 헬렌 송씨는 추석을 맞아 통신판매 업소를 통해 한국의 친정부모와 언니집에 선물을 보냈다가 언니로부터 핀잔만 들었다.
"네가 보내준 물건을 받기는 받았다. 기왕에 선물을 보내려면 제대로 보내지. 배가 한 상자도 아니고 그게 뭐냐?"
뻔한 미국생활, 집페이먼트·차페이먼트로 여유가 없는 가운데 남편 눈치 봐가며 큰맘 먹고 친정식구들에게 선물을 보내 놓고 언니로부터 ‘쩨쩨하다’는 소리를 들은 송씨의 충격은 컸다.
"무슨 소리야! 500달러나 들여서 최상품배 2박스를 보냈는데…"
송씨의 언니에게 물건이 잘못 전달됐다거나 통신판매 업소가 속였던 것은 아니다. 올 들어 한국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고 특히 추석 대목을 맞아 육류, 청과류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한국에서는 지금 배 1개에 2만원을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로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송씨가 보낸 배 1박스는 불과 10여개의 배가 들어 있는 미니박스가 될 수밖에 없다.
통신판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서 물가가 올랐을 뿐 아니라 지난해 1달러에 1,200원대이던 환율이 요즈음에는 1달러에 1,090원선까지 오르는 바람에 같은 가격의 선물일 경우 지난해에 비해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거기에다 한국과 미국 양쪽 운영경비와 배달료 등을 감안해야 한다.
배뿐 아니라 다른 과일이나 육류 둥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사과가 박스에 100달러, 갈비는 한우 11파운드에 260달러, 굴비 10마리에 300달러고 가장 비싼 선물로는 북한산 자연꿀이 2파운드에 1,170달러로 팸플릿에 나와 있다.
이를 LA 한국식품점의 가격과 비교하면 5~10배에 달하는 셈이다. "먹을 것 하나만은 싸게 살 수 있는 미국이 과연 천국"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청과, 육류에 비해 주류는 조금 싼 편인데 그래도 시바스리갈이 1병이 65달러, 조니워커 골드 1병이 95달러 등으로 미국내 소매가격의 3배에 달한다.
한편 한인타운 경기가 좋아진 것을 반영하는 듯 이번 추석대목 고국통신 선물주문은 지난해 추석 때에 비해 10~2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S통신판매사의 한 관계자는 추석 배달상품 주문을 마감한 8일까지 이번 추석 대목에 지난해보다 10% 많은 하루 평균 150건 정도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