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소영 교수의 넌센스

2000-08-2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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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큰 회사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대학 동기는 아직도 경제학 서적을 일반서적보다 더 재미있게 볼 정도로 학구적이다. 물론, 지금도 교신 내용의 대부분이 경제이슈에 관한 것들이다. 최근 이 친구로부터 서울 어느 일간지에 실린 한신대 윤소영 교수의‘경제위기와 외환위기’라는 글이 동봉된 서신을 받았다. 그 교수의 글 내용이 너무 어려워 자기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니 내가 읽어보고 잘 좀 해석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편지 끝에는「잘해봐」라는 뜻의「good luck!」이 적혀있었다. 글 제목이 관심 있는 내용으로 보여 건성 읽지 않기로 작정했다.

윤교수의 글을 읽고 났지만 마치 몰려오는 졸음 속에서 읽은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반복해 읽었지만 꿈적도 않는 큰 바위를 밀 때나 마찬가지로 잡히는 것이 없다. 한심한 생각과 함께 큰 웃음이 무의식중에 터져 나왔다. 첫 구절부터 그대로 소개해 본다.

“자본주의적 재생산 과정의 핵심은 자본축적의 시장적 조건으로서 경제법칙에 대한 분석이다. ‘자본주의 일반’의 추상 수준에서 제시되는 이 분석을 미국 헤게모니에 의해 조직된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응용하려면, 영토주의적 민족국가의 존재로 인해 자본의 이동과 달리 노동력의 이동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민족국가에 의해 정책적으로 지지되는 초 민족적 자본이 주체가 되는 세계경제는 미국을 비롯한 소수의 민족국가로 구성되는 중심과 그 밖의 다수의 민족국가로 구성되는 주변-반주변으로 양극화 한다.


주변-반주변 자본에서 중심 자본으로의 잉여가치 이전은 고정자본과 임금의 비율인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격차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임금의 격차로 인한 부등가 교환도 반영한다. 잉여가치 이전에는 외국에서 수입한 화폐자본에 대한 이자도 포함된다. 국제적 생산가격(생산비와 평균비율의 합)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과 임금의 격차라는 의미에서 중심자본과 주변-반주변 자본 사이의 지배와 종속이라는 위계를 확대 재생산한다.…

경상수지 위기라는 개념은 민족통화의 가치를 절대화하는 화폐정책(저물가-저금리정책)과 환율정책(평가절하정책)을 위한 이데올로기가 된다. 경상수지 적자 감축은 한마디로 국가경쟁력 강화, 특히 노동 신축화(유연화)를 위한 구실이다. 동시에 금융과 기업의 사적 부채를 사회함으로써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는데, 이미 금융 세계화로 통합되는 중인 주변-반주변에서 외채위기는 오히려 자본의 초 민족화 또는 중심으로의 도피를 부추기는 계기가 된다.”

넌센스!

경제학에서도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특수 용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한계비용, 구조적 실업, externality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일상 경제현상치고 보통사람들에게 쉽게 풀이하여 설명할 수 없는 경우는 드물다. 필자의 이해가 불충분하여 횡설수설하며 본인조차 알지 못하는 헷갈리는 말을 해대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사회현상은 많지 않다. 난해하게 쓸수록 권위가 더 선다고 믿는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다. 해석을 또다시 해석해야 될 정도의 글은 왜 써야 하는가?

간단한 현상에 불필요하게 어려운 설명을 붙이는 것이 경제학자의 책무가 아니다. 우아한 미처럼 논리도 간결할 때 우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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