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어의 고민

2000-08-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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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 of America

우스개 소리로 공화당은 아버지, 민주당은 어머니라고들 한다. 필라델피아에서 부시는 공화당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고 보수주의의 온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어는 LA에서 전통적인 파퓰리즘의 기수를 자처했다. 고어는 무대에 딸과 아내를 끌어내 자신의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정작 박수를 받은 대목은 낙태와 공립학교, 전국민 의료보험제, 선거법 개정, 담배회사 규제등 전통적인 리버럴리즘의 주장을 옹호했을 때였다. 고어가 이를 강조한 것은 자신을 대기업의 앞잡이라고 비난하며 녹색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랠프 네이더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네이더는 민주당의 불평분자 표를 흡수해 가주에서 부시가 이기게 할수도 있는 인물이다.

고어는 이렇게 함으로써 네이더를 무력화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바람에 리버맨 같은 중도파로 하여금 소셜 시큐리티와 어퍼머티브 액션, 바우처안등 종전의 개혁적 입장을 번복하게 만들었다. 민주당 골수파를 잡자니 중도파 표를 잃고 중도표를 잡자니 골수파가 이탈하는 것이 고어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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