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악회에서 상패라니...

2000-08-10 (목)
크게 작게

▶ 독자 광장

▶ 이미란 <가정주부>

한인 사회에 모임이 있을 때마다, 특히 음악회의 경우, 꼭 빠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건 다름이 아닌 화분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화분에 달려있는 리본이다. 꽃 가운데 제일 높이 꽃혀 흘러내리며 드러내는 화분의 출처는 나를 기분 상하게 만든다.

갑자기 그 꽃이 불순하게 느껴진다. 마치 깨끗치 못한 면사포를 뒤집어쓰고 들어오는 신부 마냥 그 꽃이 더 이상 아름답게 비춰지지 않는다. 정말 이 꽃은 누구를 위해 보내졌을까?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음악회를 위해 무대를 장식하는 꽃만으로는 안될까? 굳이 어느 어느 기관에서, 누가 보냈다는 것을 꼭 알려야만 하는 것일까?

그래도 이건 꽃이 모욕을 받는 기분이 드니까 그리 나쁘진 않다. 사람이 모욕을 받는다고 느낄 때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연주회를 주최하는 측에서 상패를 증정하는 순서가 곧잘 있다. 무엇을 위한 연주회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열심히 주고 받는다. 꼭 그들을 위한 들러리감으로 분위기 조성 차원으로 서 있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