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킴 메서의 대결

2000-08-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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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이규태(스포츠 레저부)

입양 한인 여자복서로서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킴 메서(한국명 백기순·34)가 1일 한국에 도착했다.

"마중나온 한국언론사들의 카메라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카메라 조명 때문에 얼굴이 뜨거울 정도였다"고 말한 그녀의 목소리는 보통 흥분돼 있는게 아니었다. 킥복싱에서는 이미 3차례 세계 챔피언에 오른바 있지만 한 민족의 이같은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보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3살 때 서울역 앞에 버려져 4살 때 미국인 부모에 입양된 그녀는 그 동안 자신을 버린 나라와 부모가 원망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여자복서로서 좀처럼 누리기 어려운 성공의 기회를 찾게된 것. 세상은 돌고 돈다는 말이 실감났다.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 그녀가 기구한 인생을 살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것. 복서인 킴 메서의 스토리는 이겨야만 계속되는 것인데 선수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 주위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도 KBS와 MBC 등 한국방송사들이 시애틀까지 찾아와 특집방송 촬영을 요구, 평상시만큼 훈련을 못한 인상이었다.

킴 메서가 서울에 도착한지 몇 시간만에 인터넷에는 그녀가 친부모를 찾기위한 유전자 감식을 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타이틀매치 직전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시나리오가 발생할 것을 우려, 이 문제를 경기후까지 미루겠다고 했었는데 숙소까지 찾아온 취재진과 친자확인 전문회사의 등살에 못이겨 DNA분석을 위한 신체샘플 채취에 응한 것이었다.

체급을 막론하고 세계 ‘탑5’ 여성 파이터중의 한명이라는 킴 메서가 이번에 모국에서 물리쳐야할 상대는 사각의 링에서 1대1로 만날 일본의 다카노 유미(9승3패, 1KO) 이상으로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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