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우울 호소하며 코로나19 백신 비난…범인과 경찰 1명 현장서 숨져
▶ 백신음모론 부추긴 케네디 보건장관에 비판 비등… “불신·적개심 조장 책임져야”

애틀랜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이터]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 건물에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숨진 범인이 평소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 등 정부 수뇌부가 백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음모론 확산을 부추긴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늦은 시각 애틀랜타의 CDC 본부에서 한 남자가 총기를 꺼내 난사했다.
이 남자는 CDC 건물로 들어가려다 경비원들에 제지당한 뒤 건너편에 있던 약국으로 이동한 뒤 갑자기 총기를 꺼내 사격을 가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한 명이 총에 맞고 숨졌다.
희생된 경찰관은 해병대 출신으로 경찰에 입직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참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인은 애틀랜타 근교 출신의 30세 남성 패트릭 조지프 화이트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고 숨진 것인지, 자살로 숨졌는지 등 구체적인 사망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건 직후 CDC 본부 건물들에는 총탄 흔적이 수십 군데 남아있었고 현장에는 탄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현장에서는 범인이 지니고 있던 5정의 총기가 회수됐다. 총기는 대부분 그의 부친 소유로 적법하게 등록된 총기로 파악됐다.
범인은 평소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에 빠져있었고 정신질환을 호소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최근 몇 주 동안 정신건강 문제로 도움을 구하려고 했으며, 그의 부친은 경찰에 아들이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특히 범인은 자신의 건강상 문제의 원인이 코로나19 백신에 있다고 생각하고 평소 여기에 매우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따라 미국의 감염병 대처를 총괄하는 CDC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은 9일 아침 보건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숨진 경찰관을 애도하고 "공공보건에 종사하는 동료들이 느꼈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 잘 알고 있다. 대중의 건강을 지키는 이들이 이런 폭력에 직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장관 본인이 평소 백신에 대한 불신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 백신 음모론을 사실상 부추긴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CDC에서 해고된 전직 직원들의 모임인 '파이어드 벗 파이팅'은 성명을 내고 "케네디는 과학과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끝없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CDC 직원들을 악마화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자"라면서 그가 백신과 CDC에 대한 "적개심과 불신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평소 예방접종, 특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해온 케네디 장관은 의사들이 돈을 벌려고 백신 접종을 권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 대상에서 건강한 어린이와 임산부를 제외해 의료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CDC의 백신자문위원 전원을 한꺼번에 해임한 데 이어 코로나19 백신의 혁신을 가져온 방식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계약을 취소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