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전당대회와 한국정치인

2000-08-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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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미국의 공화·민주당 전당대회에 관심이 가장 많은 사람은 누구일까. 한국의 정치인들이다." 과히 틀린 것 같지는 않다. 미국서 대통령 선거 전당대회가 열렸다 하면 빠지지 않는 게 한국의 국회의원 참관단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필라델피아에도 예외 없이 한국의 정치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참관단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여러 가지 억측을 자아내고 있다.

미 공화당의 한국정치인 공식 초청 엔트리는 여·야별로 각각 5명. 한나라당은 이미 참관의원 명단을 공화당측에 통보, 초청 티켓을 받았고 이밖에 이부영 의원(참관단 고문), 박원홍 의원 등도 필라델피아행에 나서 참관단 수는 10명선에 이를 전망. 반면 민주당 참관단에는 현역 의원은 한명도 없고 전 국회의원등 2명의 당료만이 참관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현역의원 불참은 약사법 개정안 처리를 앞둔 당내 의원 외유 금지령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그러나 민주당은 전당대회측이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기간까지 초청대상 엔트리를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미 공화당과 한국의 여당은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공화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정치인은 이인제 민주당 상임고문인 모양이다. 이유는 ‘한국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로서 위풍당당하게 미공화당 전당대회를 참관하려다가 좌절(?)됐기 때문.

이인제씨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수차례 필라델피아를 방문, 차기 민주당 대권후보 중 하나임을 은연중에 과시해 왔다는 게 현지 한인들의 말. 그 여세를 몰아 미공화당이 자신을 전당대회에 특별 초청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공화당은 5명의 엔트리에 끼어서 올테면 오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뒤늦은 전당대회 참관 엔트리 명단에서도 빠지자 이인제씨 측은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초청 명단에 넣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후문. 그러자 이번에는 외교통상부가 일개 민주당 의원 들러리나 서는 부처냐는 반발이 여권 안팎에서 일어 결국은 전당대회 참관이 좌절됐다는 이야기다.

"본국 정치인들은 아마 3일께쯤 가장 많이 몰릴 겁니다. 조지 W. 부시등 VIP들이 대거 나타나니까 같이 사진 찍을 기회가 그만큼 많은 탓이죠." 현지 한인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 정치인의 미 전당대회 참관 목적은 무엇일까. 미정치인과 사진 찍기 위해서."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처신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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