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의 집 이야기 아니다

2000-07-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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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업가 A씨는 가을학기 11학년이 되는 외동딸이 우등생으로 공부를 잘하고 평소 말썽을 피운적도, 속을 썩여본 적도 없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왔다.

그렇게 착하기만 하던 딸에게 언제부터인가 변화가 생겼다.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말수가 적어졌다. 그러나 A씨는 다른 아이들처럼 레이브파티에 몰려다는 것도 아니고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돌아오는 딸에게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단지 사춘기에 겪는 갈등 때문이려니 치부했다.

그래도 딸아이의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계속되던중 어느날 밤 A씨가 잠을 자다가 깨어 무심코 딸의 방을 확인했더니 딸이 없었다. 밤새 잠 못자고 기다리는 아버지앞에 딸은 새벽4시가 다돼서야 나타났다. "친구생일 파티에 다녀왔다"고 변명하는 딸의 소지품을 뒤졌더니 못보던 알약이 나왔다.


엑스타시는 이제 더 이상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4,000만달러 밀매단에 한인이 운반책으로 꼈고 방학을 맞은 여자유학생이 한국에 가지고 나가 복용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엑스타시는 복용이 간편하고 약효가 강렬해서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조사결과 미고교졸업반 학생중 8%가 엑스타시를 먹어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술집과 댄스클럽등지에서 은밀히 판매됐으나 레이브 파티의 유행과 함께 급속도로 번졌다. 요즈음은 파티장이 아닌 곳에서도 엑스타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학교내에서까지 엑스타시를 복용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엑스타시는 다른 약물처럼 중독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복용하면 체온이 크게 올라가고 심하면 혈액응고를 일으켜 죽는 수도 있다. 또 1알에 20~40달러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용돈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집에서 돈을 훔친다거나 범죄에 휩쓸리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
청소년 약물복용문제 전문가들은 "엑스타시는 담배나,마리화나등과 달리 복용시나 복용한후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자녀들이 이를 복용해도 발견하기가 쉽지않다"며 부모들이 평소 이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자녀들의 행동을 잘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마리화나, LSD, 코케인등 다른 약물을 복용한 아이들은 초조하고 안절부절 못하거나 멍해지고 바보처럼 히죽히죽 웃는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엑스타시를 복용하면 오히려 평온하게 보이고 단지 평소보다 활력에 찬 모습을 보일 뿐이어서 주위에서 눈치를 채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청소년문제 전문가는 "레이브파티에 몇차례 다닌 청소년들은 십중팔구 엑스타시를 복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녀들이 갖난아기 입에 물려주는 패시파이어(젖꼭지)나 야광등,그리고 치렁치렁한 목걸이나 팔찌, 하단이 넓은 바지등을 좋아하면 엑스타시 복용 여부를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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