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는 본국에서의 여행객들이 하루평균 6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이 넘게 들어오고 있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항공사 직원의 말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 유나이티드, 델타, 싱가포르 에어라인 등 한국 김포에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까지 논스톱으로 운항하는 이들 항공기에서는 지난 6월말부터 하루 1,000명 정도의 본국 여행객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97년말 IMF 체재에 들어가기 전의 본국 여행객들의 수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게 본국 여행객들이 쏟아지면 당장 한인사회의 경기도 달라진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이곳 베이지역에는 한인이 약 10만 정도를 헤아린다. 상항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지역 전체에 한인이 13만명이라고 하니까 베이지역은 줄잡아 10만명이 넘는다 해도 큰 무리가 아닌 듯 싶다.
이중 많은 수가 샌프란시스코, 샌호제, 오클랜드등 큰 도시나 그 주변에서 한인이나 미국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식당, 여행사, 선물센터, 병원, 식품점, 옷가게 등등.
이런 업소들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찾는 본국의 여행객 수에 따라 매상 및 매출이 크게 달라지므로 본국 여행객을 반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샌프란시스코의 한인사회 발전 경로를 더듬어보면 그런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대한항공이 서울과 샌프란시스코간을 논스톱 운행하고 나서 한국식당이나 선물가게 등의 매상이 크게 올랐던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 뒤 아시아나까지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논스톱 운행해 샌프란시스코지역 일대는 미주 내에서도 한인사회 인구 수로는 4~5위를 달리고 있다.
본국이 IMF 체제에 들어서자 이곳 한인상가들도 침체 및 불황을 면하지 못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본국 여행객들의 베이지역 방문이 늘어난 것은 업소들에겐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전 한국 방송 광고 공사에 근무하는 친구가 광고 대행회사 직원과 지방방송 사장등 40여명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찾았다. 올 때마다 거쳐만 지나갔기 때문에 항상 아쉬웠었는데 이번에는 하루를 온종일 보낼 수 있다며 관광이 끝난 저녁에 만나자는 들뜬 목소리의 전화였다.
일과후 그와 만난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XX같은 샌프란시스코”라고 거의 욕설에 가까운 폭언을 퍼대고 있었다. 자초지종 얘기는 그의 일행들과 식사를 마친 뒤였다.
그날 따라 날씨가 청명했으므로 그들은 “역시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듣던 대로구나”라며 자기네들끼리 감탄을 연발했다는 것이다. T셔츠 차림에 관광길에 나섰던 그들은 글자 그대로 샌프란시스코의 기후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배를 타고 골든게이트 브리지 밑을 지나는 순서에서 이들의 탄성은 원망으로 변해 버렸다.
갑자기 싸늘하고 축축한 안개에다 바람까지 세게 불어 T셔츠 차림의 일행은 추위에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스웨트셔츠나 바람막이 점퍼 생각이 정말로 간절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쯤은 여지껏 좋은 샌프란시스코 인상에 비해 참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들 일행중 한 사람이 관광을 맡은 이곳 여행사 직원에게 따지듯 물은 데서 비롯됐다. “이런 날씨면 점퍼나 상의를 하나쯤 준비하라고 말해줬어야 되지 않느냐?”고... 그들을 정말 화나게 한 것은 여행사 직원의 답변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런 것은 상식 아니냐고...”. 오히려 되묻더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관광온 그들에게 이 곳은 기온이 하루에도 몇차례 급변할 수 있으니 점퍼 하나 정도 준비하라는 한마디 친절(?)만 곁들였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요즘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탈 때도 사진이 첨부된 ID카드(신분증명서)를 보여줘야 한다.
동부지역 방문길에 나섰던 한 부부도 비슷한 얘기였다. 되도록 간편한 차림으로 떠나려고 비행기표와 현금만을 지참했던 이들은 공항에서 진땀을 뺏을 것이 눈에 본 듯 선하다.
다행히 부부중 한 사람이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간신히 탑승할 수 있었고 이들은 돌아와서 그 여행사 직원에게 물었다. “표만 팔지 말고 변경된 사항도 알려줘야 되지 않느냐고?” 역시 대답은 기가찼다. “그런 정도는 미국에서 상식 아니냐고...!”
뭐 이런 저런 예는 아마 부지기수일 것이다. 한마디로 이는 철저해야 할 직업의식의 결여라고 보여진다. 좀더 나쁘게 생각하면 엽전(한국사람)들에겐 대충 서비스해 줘도 된다는 깔봄이 베여 있는 직업의식이라고도 의심할 수 있다.
한인업소가 한인 고객을 가볍게 대충 서비스 해주면 고객들은 한인업소를 “그저 그런 곳”으로만 치부하지 않겠는가?
비즈니스의 성공을 바란다면 고객에게 대충 서비스란 말은 있을 수 없다. 대접을 받으려면 남부터 먼저 대접하라는 말은 비롯 성경에만 있는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