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광을 즐기는 비결

2000-07-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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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시즌이 피크에 이른 느낌이다. LA의 경우 연휴에는 30~40대의 대형버스가 코리아타운에서 떠난다. 버스1대를 50명으로 치면 1500명이 일제히 관광에 나서는 셈이다. 관광회사 설명에 따르면 미국에 살고있는 마이너리티중에 단체관광객이 가장많은 민족은 코리언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버스로 몰려 다니는 일본관광객들은 대부분 본토인들이고 미국사는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은 단체관광에 한국인만큼 열심은 아닌 모양이다. 특히 한인사회의 노인관광은 극성에 가까울 정도다.

한국인들의 관광코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로 경치위주다. 아름다운 곳,신기한 곳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문적인 취미나 지식을 쌓기 위한 관광여행은 극히 드문 실정이다. 예를 들어 문학기행,포도주 시음,새보기,등산여행,레스트랑관광,장미축제참가등의 여행은 없다. 요즘 학부형들의 자녀대학진학을 돕기위해 ‘동부대학순례’와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경치위주의 관광은 가장 기본적이고 일차원적이다. 독일,미국,일본인들은 경치위주의 관광에서 한단계 오른 전문분야 관광에 붐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인 관광의 또하나의 특징은 공부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점이다. 역사와 스토리를 알고 관광하는 것과 아무 상식도 없이 경치만 구경하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것은 골프칠줄 아는 사람이 TV에서 골프경기 중계를 보는 것과 모르는 사람이 보는 것의 차이와 비교될 수 있다.


1900년대의 미국 이민사를 아는 사람이 뉴욕의 그랜드센트럴을 보는 것과 아무런 상식도 없이 역안을 휘둘러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록키산맥을 관광하려면 콜로라도스프링스의 파익스피크에 얽힌 미대륙횡단팀의 스토리를 알아야 하고 그랜드캐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디언역사를 알아야 한다. 샌프란시스코를 관광하려면 중국인의 미국이민사와 금광붐을, 유타주의 솔트레익을 관광하려면 몰몬교의 역사를 알아두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텍사스인의 기질이 왜 독특한가를 이해하려면 알라모전투를 알아야 하고 뉴올리언즈를 관광하려면 재즈의 역사와 프랑스문화에 대해 조금은 공부해두어야 한다.

요즘한인들의 유럽관광과 일본관광도 붐이다. 그런데 런던을 돌아보고는 "별로 볼 것이 없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헨리8세나 앤공주,엘리자베스여왕등 영국역사를 사전에 공부해두지 않고 런던을 관광한다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영국역사를 좀 알고 런던을 돌아보면 런던은 참으로 볼 곳이 많은 곳이다. 파리도 제대로 구경하려면 나폴레옹과 루이14세에 관한 스토리를 읽어두어야 한다. 파리 관광지의 대부분이 나폴레옹과 루이14세에 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로마를 관광하려면 기독교탄압과 로마사를 읽어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인사회에 관광붐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관광을 좀 더 알차게 하려면 사전에 목적지에 대한 약간의 공부가 있어야 한다. 경치만 구경하는 것은 초보자의 관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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