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통령 후보는 빛좋은 개살구

2000-07-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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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포스트 칼럼

부통령 후보로 지명돼 당선되면 이틀간은 좋을지 모르지만 4년간 ‘내가 정말 잘 한 건가’하는 후회에 시달려야 한다. 케네디와 케일의 예를 보자.

케네디는 56년 아들라이 스티븐슨 대통령 후보의 부통령이 되고 싶어 했으나 실패했다. 퀘일은 뜻대로 88년 부통령 후보가 됐다. 결과는 어땠는가. 케네디는 스티븐슨이 참패한 후 그에 대한 책임을 전혀 추궁 당하지 않았다. 반면 퀘일은 괜히 부통령이 됐다가 스펠링을 잘못 쓰는 바람에 전국적인 망신만 당했다. 그가 가만히 연방상원에 있었다라면 지금쯤 원로 대접을 받고 있을 것이다.

연방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겝하트는 그 세대에서 가장 조심스런 정치인이다. 최근 그가 고어의 부통령 지명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그는 자부심과 함께 유혹을 이기느라 이를 악물었을 게 틀림없다. 그를 부통령 후보로 삼는 것은 문제가 많다. 많은 민주당원들은 올해 대선에서 이기기보다는 하원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고어의 당선을 돕기 위해 하원 민주당을 단합시키는데 앞장서 온 겝하트를 빼가는 것은 득보다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타협의 명수 겝하트는 이미 다양한 그룹을 손아귀에 넣는데 성공했다. 민주당의 1/3은 중도거나 보수다. 이들은 서로 싸우다가도 겝하트가 “조용히 해” 한마디 하면 잠잠해진다. 겝하트가 고어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민주당은 내분에 휩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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