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향상되고 있는가

2000-07-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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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와 여성

▶ 박영숙<사랑의 친구들 총재>

‘21세기, 이제는 여성!’ 이것은 지난 7월 한국의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제5회 여성주간의 주제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남북의 화해무드가 싹트고 있는 오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여성의 지혜와 잠재력을 결집하여 21세기를 한민족의 기회의 세기로 만드는데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자는 다짐을 담고 있다.

최근 한국 언론이 70세의 할머니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1,000억 재산분할청구 소송을 낸 일을 보도하면서 공개한 바에 의하면 한국의 이혼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법원 행정처가 발간한 2000년판 사업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평균 113쌍 꼴로 이혼소송이 제기됐으며 피고 중 남편비율이 10년 전(43.0%)에 비해 21.2%가 높아진 64.2%에 달해 아내 쪽이 적극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보다 더 우리의 눈길을 끄는 기사는 1999년 전국 각 법원에서 재판으로 처리된 남녀 60세 이상인 부부의 황혼이혼 건수는 102건으로 98년 85건보다 20%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황혼이혼’이 증가한다고 하는 것은 한국의 60, 70대 이상 여성들에게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들은 남편과 시집과 자녀만을 위해 자기 희생을 강요라는 인식조차 하지 않고 살아온 세대이다. 이들에게 인간이라는 자각, 자신도 귀한 존재라는 깨달음은 단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겠다는 결단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에서 지난달 발간한 인간개발보고서에서 보면 한국의 여성의 정치, 경제적 의사 결정 참여도를 나타내는 여성의 권한 척도는 조사대상 70개국 중 63위이다. 99년은 102개국 중 78위, 98년은 83위이었다. 비율로 보면 우리의 여성은 권한은 상대적으로 더 낮아졌다.

모든 국민의 교육수준, 국민소득,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측정한 인간개발지수가 174개국 중 31위인데 비해 여성권한 척도가 63위인 것에서 보는 대로 한국은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큰 폭으로 진전되고 있는데 역으로 세계의 순위가 해를 거듭할수록 뒤쳐지고 있는 것은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서 눈부신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프랑스에서는 여성의 의회 참여율이 50대50으로, 일본에서도 작년에 10여명의 여성 부지사를 내는가 하면 금년에는 여성 지사가 선출되는 등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로 만들어 가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현재 국가 원수나 정부수반을 맡고 있는 여성은 8명에 이르고 있다.

여성의 정계 및 공직 진출 부진,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48.2%), 불안정 고용증가 및 여성의 빈곤화, 인습에 가까운 가부장적 가치관(호주제도 등), 극심한 여성의 성상품화, 가정폭력의 증가, 여성의 정보결핍 현상 등은 21세기 한국 여성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게 한다. 이러한 현실은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남성들도 마찬가지로 혼란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녀가 조화롭게 공존,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많은 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버림받아 태어나지도 못하는 현실, IMF 상황에서는 한 가정의 생계를 담당해야 하는 여성 가장임에도 불구하고 퇴직 영순위로 처리하는 일,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일을 해도 진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 아내는 남편과 같이 직장에서 돌아와서도 남편 시중과 가사를 떠맡아야 하는 일 등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 것이 오늘 한국에 태어난 여성들이 발딛고 있는 현주소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인간으로서의 자아의식이 생기면서 권리 찾는 일에 용단을 내릴 만큼 여성의 의식 변화와 보수적인 법조계와 언론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서서히 일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지켜보면서 새 세기의 여성계의 움직임의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를 지적한다면 이제는 여성의 문제는 여성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해결해 내겠다고 하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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