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한다’면 더 잘 하는 아이들.

2000-07-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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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인규<소셜워커, 뉴올리언스>

독특했던 미국의 첫인상 중 하나는 자동차들에 현란하게 붙어있는 범퍼 스티커였고 그중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녀에 대한 문구들이었다. 더러는 모범생 자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아이는 마약을 하지 않는다" 라든가 "나는 태권도반에 출석하는 아들의 부모이다" 등 우리 눈에는 이렇다할 것이 못되는 자랑들이다. 그러나 이렇듯 평범한 것들에서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모를 가진 아이는 참으로 행복한 아이로구나 하는 흐뭇함으로 스티커를 읽곤 한다.

"잘한다 잘한다하면 정말 잘한다"는 어른들 말씀이 있다. 실제로 의학계의 발표에 따르면 칭찬과 격려에 힘입어 확고한 자신감이 형성된 사람의 뇌는 회로가 막힘없이 조화롭게 움직여 더욱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반면 실수나 약점을 반복적으로 지적받고 자라는 아이는 스트레스가 쌓여 뇌의 회로 사이에 매듭이 잘 풀리지 않게 되고 원활한 흐름에 장애가 나타나 일의 성취를 방해하고 무기력하게 된다고 한다.

자녀의 자신감 형성에 미치는 부모의 역할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첫째, 자녀가 성장하여 독립하려면 과연 사회에서 홀로 설 수 있는지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 신뢰와 확신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나를 어떻게 평가해 주는가로부터 시작된다.

부모가 믿어주는 나를 스스로도 믿을 수 있게 되며 이러한 자기신뢰로부터 자신감이 비롯된다. 둘째, 부모의 긍정적 평가와 격려는 자녀로 하여금 안정감을 갖게 해준다. 따라서 자녀는 불필요한 열등감이나 지나친 경쟁심을 통해 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부담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성장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부모의 지지와 격려는 자녀와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부모와 긍정적 관계를 일상에서 경험하는 자녀는 또한 다른 이와의 대인관계에서도 자신감을 갖게되고 스스로와 타인에게 관대하여 부드럽고 포용력 있는 성격을 갖게된다. 넷째, 유능하지만 평생 부정적이고 불만족 속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제한된 능력 속에서도 자신있고 만족하며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부모의 긍정적 자녀관은 자녀가 긍정적 자아관과 세계관을 갖도록 돕는다.


미국교육은 칭찬을 통해 자녀의 성장을 도모하는 반면, 한국교육은 꾸중을 통해 성장을 도우려 하는 경향이 있다. 칭찬의 말은 그저 마음속에 담아둘 뿐, 잘못된 점만을 지적하여 훈육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항상 꾸중하는 습관은 부모 스스로 항상 자녀의 단점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단점만 지적받은 아이는 스스로를 총체적으로 형편없는 아이로 보게된다. 이런 느낌은 자신감을 잃어 성취욕을 저하시키고 아무 일에도 도전해 보려는 용기를 가질 수 없게 한다. 반면 항상 칭찬하는 습관은 부모 스스로가 자녀의 장점을 계속 발견하는 눈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칭찬을 자주 듣고 자라는 자녀는 스스로를 총체적으로 근사한 아이로 보게된다. 이런 느낌은 더 잘해보려는 동기를 유발하며 도전하는 일에 자신감을 갖게된다. 더러 칭찬을 어색해하는 분들은 "그걸 일일이 말해야 아나요?" 하지만 실제로 자녀들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 모두는 나를 인정해주었던 부모님의 한 마디가 오랫동안 귓가에 남아 마음을 울렁이고 힘이 되어주었던 순간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는 부모로서 우리가 다음과 같은 간단한 일상적 격려의 말들을 통해 자녀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고맙다" “좀 더 말해보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네가 자랑스럽다" “너를 믿는다” “너는 해낼 수 있어”같은 말들이다.

그러나 칭찬을 하는 것과 응석을 받아주는 것과는 다르다. 또한 칭찬과 격려를 하는데 있어서 자녀를 부추겨 부모의 의지대로 조정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진정으로 자녀의 있는 그대로를 소중히 여기며 이에 덧붙여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한 칭찬과 격려, 동시에 분명한 훈육은 아이가 균형있게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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