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에 열광하는 미국인들

2000-07-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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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헌, 단학선원 명예회장

애리조나에 있는 세도나는 관광명소다. 사막 한 가운데 있으면서도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천경계가 수려해 일년 내내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또 미국 뉴에이지 운동의 메카이기도 하다. 미국인들 가운데도 이 곳이 정신수련의 명당으로 소문나 온갖 정신건강 운동 그룹들이 몰려 있다.

그러나 세도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련원은 미국 뉴에이지 단체가 아니라 한국 전통사상을 가르치는 단학선원이다. 지금 미국인들의 단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수년간 미국내 60개 단센터에서 수련한 미국인 수는 1만8,000명이 넘으며 유명 인사도 많다.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과 셜리 맥클레인, 가수 나나 무스쿠리 등이 현재 단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단군의 자손이라고 불리며 단군이 나라를 세운 개천절은 분명 아직도 국경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한인들이 단군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단군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은 ‘천부경’이다. 단은 근본적으로 단군사상에 뿌리를 박고 있다. ‘홍익인간 이화세계, 인중천지일’이라는 가르침을 인간의 몸에 적용시킨 것이다.


흔히 단하면 단전호흡을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단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갖가지 감정의 기복을 통제해 마음이 고요해지면 고른 호흡은 자연히 따라 온다. 이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지 누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의 80%는 심인성이다. 대부분의 경우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상태를 호전시키거나 낫게 할 수 있다. 마음이 안정되면 원래 몸에 있던 자연 치유력이 제기능을 발휘해 외부의 도움 없이도 치료가 된다.

단군사상은 한인보다 오히려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작년 USC에서 열린 단학 강연에는 한인과 미국인이 1,000여명이 모이는 성황을 이뤘다. 오는 8월28일에는 유엔에서 ‘새천년 세계평화 정신지도자 회의’가 열린다. 교황과 달라이 라마등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모두 참석하는 큰 행사다. 이 때 단군사상에 관한 주제 발표도 있을 예정이다. ‘신과의 대화’라는 책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닐 월시는 “단은 몸의 건강을 얻는 것은 물론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영적인 자각에 이르게 해준다”고 썼다.

일부에서는 단을 사이비 종교인양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단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다. 단은 종교가 아니라 문화운동이다. 얼마전 한국에서 단군의 가르침을 일깨우기 위해 학교와 공원 등지에 369기의 단군상을 세운 적이 있다. 그러자 일부 과격 기독교 신자들이 단군상의 목을 잘랐다. 단군의 자손이 단군을 이토록 모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인들은 물질만능주의로 정신이 피폐해 있다. 미국인들이 일반이 보기에는 황당한 뉴에이지 운동에 빠져드는 것도 기성 종교가 이들의 정신적 갈증을 채워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에이지 중에는 한국의 무당 비슷한 것들도 많다. 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군사상과 단은 단순한 건강유지 수단이 아니라 병든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이념이다. 바쁜 이민생활로 지치기 쉬운 한인들이 정신수련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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