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행사의 서비스정신 어디 갔나.

2000-07-14 (금)
크게 작게

▶ 독자광장.

나는 40년 미국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60대 중반의 노인이다. 5년전 심장마비로 심장수술을 받은 후 여생을 느긋하게 즐겨야겠다는 생각에 여행을 낙으로 살고 있다. 매년 3-4번씩 은퇴한 친구들 10여명이 한 팀이 되어서 미국내와 국외 여행을 해왔다. LA 한인타운의 한 여행사를 정해놓고 계속 여행을 다녔고 내가 그룹의 팀장역할을 했기 때문에 여행사 사장부부와는 “형님”“누님”하고 부를 정도로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달말 모뉴먼트밸리 여행을 다녀온 후 너무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이번 여행에는 11명이 참가했는 데 떠난 당일 버스가 라스베가스에 도착했을 때 일행중 70세 노인 한사람이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여행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의 부인도 같이 여행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타고 LA로 돌아왔고 노인은 도착 즉시 입원을 했다.

우리 일행은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는 데 여행을 못한 두사람의 여행비 환불을 둘러싸고 문제가 생겼다. 내가 팀장으로 돈을 걷었기 때문에 나는 그 부부를 위해 여행비를 환불받아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사측에 환불 요구를 했더니 한사람 여행비는 돌려줄 수 있지만 두사람 비용 전액을 돌려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싱갱이 끝에 절충된 금액을 크레딧으로 받기로 합의를 보았다. 이들 부부가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을 원해서 13일 출발하는 관광팀에 두 사람을 예약하고 환불 액수만큼 크레딧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여행 전날 나머지 금액을 치르려고 가보니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았고, 여행사 측은 그 액수를 환불하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며 딴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기가 막혀서 사장에게 따졌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언성을 높여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결국 크레딧으로 주기로한 액수를 체크로 받기는 했다. 그런데 내가 예약이 안된 이유를 계속 따지자 그 사장이“돈 줬으면 갈 것이지 무슨 잔소리가 많으냐”며 내 팔을 잡아끌더니 밖으로 내몰고는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사지가 벌벌 떨려서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를 친지들에게 하니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소송을 하라는 사람도 있었다. 한인들이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한다면 상도덕에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건 팔때만 ‘고객이 왕’이고 일단 돈 받고 나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는 노인들이다. 수입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한두번 거래한 사이도 아니고 몇 년을 이용해온 단골 손님이고 환불받은 금액도 그대로 다음 여행경비로 쓸 계획이었다. 여행사 비즈니스가 요즘 잘된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이렇게 야박하게 할 수 있을까. 서비스 정신을 갖고 긴 안목으로 손님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신정현<글렌데일>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