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근길 차 끼여들기

2000-07-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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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편지

▶ 서효원

일본에 있는 한 절에 나무로 만든 원숭이들이 있는데 한 원숭이는 눈을 손으로 가리고 있고, 한 원숭이는 손으로 귀를 막고 있고, 또 한 원숭이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고 한다. 필시 더러운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러운 것을 보더라도 좀 참고, 아니꼬운 소리를 듣더라도 좀 참고,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좀 참으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나는 60이 넘어버린 지금 제일 곤란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무리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아니꼬운 꼴을 보더라도 못본체 하려고 노력해도 어떤 때는, 아니 너무도 자주 그렇게 되지가 않는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의 일이다. 내 앞의 차가 갑자기 서서 손님을 내리는 바람에 나는 좀 무리를 해서 차선을 바꾸었다. 그리고 무심코 그냥 운전을 해서 갔더니 어떤 차가 내 앞으로 끼여든 다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다. 나는 그 차를 피해서 차선을 바꾸었더니 또 이차가 내 앞으로 온 다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다. 너무 화가 나 옆으로 가서 그 사람을 보았더니 동양사람(필시 한국사람)이다.


LA경찰이나 하이웨이 순찰대에 의하면 여러 민족 중에서 자기 앞으로 차가 들어오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민족은 한국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앞으로 내 앞으로 얼마든지 차가 들어와도 그 사람 앞으로 가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어떤 사람이 내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화내지 않으리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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