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래도 역시 한인타운

2000-07-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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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아파트 복도에 된장찌개 냄새가 그윽합니다. 미국 생활하면서 이런 것이 용인되는데 사는 것도 상당한 베니핏 아닐까요?”
10여년전 이민 와서 줄곧 LA 한인타운에 살고 있는 40대 회사원의 말이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서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것이 대부분 이민자들의 삶. 그런데 한인타운에서는 “내게 익숙한 문화와 관습에 그대로 나를 맡길 수 있어” 정신건강에 좋다고 그는 주장한다.

“성격상 주류사회 동화가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특히 좋지요. 옷차림이며 음식이며 신경 안 써도 되고, 친구들 만나 술 한잔해도 음주운전 부담이 적고… 한마디로 편합니다”
그런 인식이 확산된 탓일까. 한인타운 거주 한인 인구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파트마다 한인 입주자가 늘어서 한인타운이 다시 ‘한인’ 타운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한인들의 타운 역이주 현상이 일고 있습니다. 교외에 큰집 장만해서 나갔거나 아이들 학군 따라 나간 경우는 물론 해당이 안되지요. 하지만 아파트 살면서 밸리나 글렌데일 정도로 옮겼던 사람들은 많이 되돌아옵니다. 나가 살아보니 영 불편하더라는 것이지요. 생업이나 교제의 중심은 타운인데 굳이 교통체증 감수하며 먼길 다닐 이유가 없더라는 겁니다”
한인 아파트소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타운내 아파트의 한인 입주율은 80년대 후반 30% 선에서 90년대 20% 아래로 떨어졌다가 최근 80년대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아파트 소유주들이 한 때는 너무 힘들어서 히스패닉 매니저들을 고용했습니다. 한인들이 타운을 떠나니 히스패닉으로라도 아파트를 채워야 했지요. 타운이 완전히 히스패닉 동네로 바뀌는가 싶었어요. 그런데 그 때 히스패닉 쪽으로 돌아섰던 소유주들이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한인들이 다시 몰려오기 때문이지요”

한인들이 타운을 기피한 주된 이유는 자녀 교육과 범죄문제 때문. 그런데 호경기와 치안강화로 범죄 위험이 줄어들자‘편하다’는 타운의 매력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면서 한인타운 아파트 렌트비는 최근 계속 오름세다.

“찾는 사람은 느는데 아파트 신축이 없는 탓이지요.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89년 부동산 시세폭락 때 충격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금 시세로는 아파트를 신축해 봐야 밑지니까 아무도 새로 짓지를 않지요”

대신 타운의 지리적 편리함과 깔끔한 주거시설을 같이 찾는 고객들을 위해 아파트를 개조, 고급화해서 렌트비를 올리는 것이 한 추세가 되고 있다. 타운에 한인이 다시 모여드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한인타운이 명실공히 ‘한인’타운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이제야말로 타운을 보다 한인들의 타운답게 만드는 노력이 커뮤니티 차원에서 나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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