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준과 구인난

2000-07-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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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박흥률<경제부 차장>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 이후 미주지역의 한인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허준’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감축합니다’, ‘내의녀’ 등 평소 생소하게 느껴졌던 어구들이 친숙하게 느껴지고 한의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드라마 ‘허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의 구성이 탄탄하고 배역을 맡은 탤런트도 연기를 잘 했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 ‘허준’을 보면서 감동과 재미에다 교훈까지 얻을 수 있었다. 감동과 재미는 성공한 드라마의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드라마 ‘허준’이 국민드라마로 승화되고 미주한인들에게까지 설득력있게 다가온 이유는 허준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 즉 투철한 직업정신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역경과 고난속에서도 소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왕앞에서도 주저함이 없었던 허준의 자신감은 바로 의관으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 때문이었다. 첩의 자식으로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없는 사회적 신분의 제약으로 한때 밀무역에까지 가담했던 그가 한평생 병자와 약자의 편에서 의관의 길을 걷다가 끝내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고치면서 얻은 전염병으로 숨진 이유도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때문이었다.


그러나 허준의 투철한 직업정신은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 의녀 예진과 종약서원 임오근의 희생, 특히 그의 재주를 아낀 선조, 허준을 질시했던 유도지의 막판 지원이 있었기에 마침내 빛날 수 있었다.

한인타운의 직장과 비즈니스마다 요즘 호경기에 따른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평소에 투철한 직업정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인재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음을 알 수 있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충분히 그 자리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많은 인재들을 너무 손쉽게 놓치고 구인난을 호소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업주들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보수와 베니핏을 충분히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인재가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신명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일 것이다. 물론 직장상사, 동료들의 따뜻한 배려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는 큰 몫을 차지한다.

구인난의 문제해결은 먼 곳에 있지 않은 것 같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뒤에는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을 높이 산 선조대왕이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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