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4시간 술판매가 웬말

2000-07-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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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어요. 전에는 아무리 늦어도 새벽2시면 집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2차,3차까지 끌려 다니다가 보면 동이 훤히 튼 다음에 귀가하기도 합니다"

사업상 손님접대를 위해 술자리가 잦은 P씨의 불만이다. 한인타운내에 24시간 술을 판매하는 곳이 생기는 바람에 술기운에 계속 마시다 보면 밤을 꼬박 새워 마시게 되고 그런 일이 잦다보니 건강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인타운 유흥업소들의 편법, 불법 주류판매 실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것을 넘어서 아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술집들이 늘고 있다. 성인들을 상대로 하는 술집보다 청소년 대상 술집이 훨씬 영업이 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법에 따라 새벽2시 이후에는 술을 못팔게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밤새워 술을 파는 곳들도 생겼다. 웨스턴가, 3가등지의 새벽4시까지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식당을 가장한 술집들이 그렇다. 식당인척 하지만 밥보다는 술을 파는 곳이다. 어떤 업소는 단속을 피하느라 문을 닫아걸고 영업을 하다가 손님이 오면 얼굴을 봐가며 문을 열어준다.


노래방들 가운데도 새벽 4~5시까지 술을 파는 곳이 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일부 식당에서도 손님이 원하면 소주등 술을 제공한다. 한 식당 웨이트리스는 "위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손님들이 떼를 쓸 경우 물컵에다 부어서 소주를 팔고 있다"고 밝혔다.

새벽 2시가 넘어 술을 찾는 손님에게 맥주 병마개를 따서 서브를 하는 업소도 있는데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르면 새벽2시가 되면 병에 들어 있든 잔에 남아 있든 손님들이 마시던 술도 무조건 회수하도록 돼 있다. "손님에게 상오2시전에 술을 줬는데 안마시고 남아있는 것"이라고 변명해도 통하지 않는다. 적발될 경우 상당한 벌금 및 영업정지, 취소처분을 각오해야 한다.

담배문제도 그렇다. 분명 실내에서는 흡연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운내 술집, 당구장, 커피샵등 유흥업소치고 손님들에게 담배를 못피우게 하는 곳은 없다. 빈접시에 냅킨을 적셔만든 간이 재떨이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같이 한인타운에서 편법,불법 영업이 늘고있는 것은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주류단속국(ABC)의 한관계자는 "한인타운내 불법 주류판매 실태에 대해 잘알고 있다"며 대대적인 단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드시 단속이 무서워서라기 보다는 한인타운의 건전한 발전 및 범죄추방 그리고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늦지않다. 불법,편법영업을 지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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