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스타와 칼국수

2000-07-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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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의 광장.

▶ 이성주<샌프란시스코>

언니 남편, 나의 형부는 이탈리안이다. 며칠 전, 형부 부모님의 초대로 그 댁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언니를 예뻐해서인지 나까지 친딸처럼 여기며 가족 모임에 곧잘 불러주곤 한다. 삼촌, 숙모, 사촌, 조카들로 북적이는 집안에 들어서면 귀에 익은 이탈리아 음악이 쿵쿵 기분을 돋우고 그때부터 흥이 오른다. 진심으로 반기는 그들과 양볼에 입을 맞추고, 포옹하는 이탈리아식 인사를 나누면 그 뒤엔 여느 한국인들처럼 나눔과 사귐의 정서가 그렇게 같을 수 없다. 가족 중심으로 뭉쳐져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삶의 행복을 우선하는 낙천적, 다혈질인 반면, 정이 많아 소박함과 구수함으로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

정성껏 차려진 식탁엔 올리브 오일과 식초로 상큼한 샐러드, 소스와 재료에 따라 그 맛과 종류가 수십가지도 넘는 파스타. 그 날은 라자니아, 또똘리니, 라비올리, 요끼.. 언니 시어머니 특유의 손맛이 배인 전통 이탈리아 요리에 붉은 포도주가 곁들어졌다.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즐기는 디너는 두 시간 넘기기 보통이고, 유머와 위트로 각자 이야기 보따리 풀기 시작하면, 순서 정해 차례 오길 기다려야 할 정도다.


카놀리라 부르는 디저트에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셔 가며, 모두 하나 되어 노래 부르고 신나면 춤으로까지 이어지는 그들. 이런 것이 사람 사는 재미와 맛이리라.

언니와 형부, 두 사람을 지켜보면 천생배필이란 말이 떠오른다. 그것이 가능한 이면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역사, 관습 등 뿌리는 달라도 내것이 소중하듯, 그 마음으로 상대를 존중해 주고 아껴주는 배려의 마음이 우선한 까닭이 아닐까.

한국 TV 방송 시간이면, 형부가 먼저 채널 맞춰 같이 시청하고, 축구 열성팬 형부 따라 이탈리아 타운인 노스 비치 카페에서 이탈리안들과 함께 응원하는 언니. 언니는 시어머니를 ‘맘마’라는 이탈리아어로 부르고, 형부는 나의 어머니를 ‘엄.먼.니’ 또박또박 한국말로 하려 애쓴다.

‘피자와 빈대떡’, ‘파스타와 칼국수’, ‘맘마와 어머니’ 그 맛과 언어는 달라도 열린 마음 안에선 모두가 하나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래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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