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란다는 살아 있다 / 미국 의료제, 과연 낙제 수준인가

2000-06-29 (목)
크게 작게

▶ Voice of America

미란다는 살아 있다 (스캇 터로우, 뉴욕타임스 기고)

연방 대법원이 이번 주 내린 미란다 규정 합헌 판결을 환영한다.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전 묵비권을 행사할수 있음을 알려 주도록 한 미란다 규정은 지난 34년간 법치주의의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미란다가 법집행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8년간 연방검사로, 14년간 형사법 변호사로 22년간 법조계에서 일해 왔지만 미란다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결이 뒤집힌 케이스는 단 한 건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이는 나 한사람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컴퓨터 조사 결과 지난 12개월 사이 일리노이에서 같은 이유로 유죄평결이 번복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경찰이나 검찰도 미란다 규정을 준수하는 것을 이제는 당연한 일로 받아 들이고 있다. 검사로 있으면서 미란다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를 한번도 듣지 못했다. TV 드라마에도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전 미란다 규정을 읽어 주는 것이 하도 여러번 나와 이제 자신에게 묵비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미국인은 없을 것이다.

미란다 규정이 실제 법집행에 별 차이를 주지 못한다면 이를 계속 존중할 필요가 있을까? 미란다는 법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가치의 표현이다. 그중의 하나는 법앞의 평등이다. 교육과 수입에 아무리 큰 차이가 있어도 사법체제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는 모두가 알아야 한다. 미란다의 또 하나 기능은 아무리 험악한 악당들을 상대하는 경찰이라도 시민들을 다룰 때는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는 점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같은 미란다의 메시지를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미국 의료제, 과연 낙제 수준인가
(시오도어 댈림플, 월스트릿저널 기고)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의료수준은 세계 37위이다. 슬로베니아보다는 좀 낫지만 코스타리카 바로 밑이며 15위의 콜롬비아보다는 한참 아래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는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의료수준이 콜롬비아보다 낮다는 얘기에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보건기구는 평균수명과 예방의학, 의료제의 공평성등 여러 요소를 고려, 이번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공평성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2만명이 중병에 걸렸을 때 수술을 받지 못해 모두 죽는 사회가 치료비를 낼수 있는 1만명에게만 수술을 해주는 사회보다 공평하다. 그러나 환자가 모두 죽는 사회가 더 훌륭하다고 말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환자가 원하는 것은 양질의 치료를 받는 것이다. 형편없는 치료밖에 못해 주지만 그래도 남들보다는 낫다는 얘기는 별 위로가 되지 못한다. 보건기구도 미 의료제도가 환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충실히 반영한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을 37위에 놓았다는 것은 이 단체의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얼마전 콜롬비아에 갔다 미국 병원 선전이 잔뜩 실린 잡지들을 봤다. 미국내 잡지 가운데 콜롬비아 병원 선전을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더 훌륭한 의료제도가 있는 나라 국민이 비싼 돈을 내고 치료를 받으러 수천마일이나 달려 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