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실과 다른 식당 선전

2000-06-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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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편지.

LA에서 리커상을 하다 몇년전에 한국으로 역이민을 갔던 친구가 아이들 학교문제로 잠시 LA에 머물면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제안 끝에 고급 전통한식식당이 개업2주년세일을 한다기에 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마침 6월은 졸업시즌이고 또 토요일이라 예상은 했지만 식당이 세일을 해서인지 손님들이 상상외로 많아 30분이상을 기다린 끝에 거의 앉긴 앉았는데 웨이트레스들이 왔다갔다 분주하기만 하지 도무지 물을 줄 생각도 주문을 받을 생각도 안하는 것이었다. 5분 이상을 기다린 끝에 겨우 지나가는 웨이트레스에게 주문을 하게됐는데 분명 신문광고나 메뉴에는 12시부터 3시까지가 런치스페셜 세일이라고 돼있건만 음식이 다 떨어져서 세일 주문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가 2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는데 몇시부터 음식이떨어졌는지 모르지만 자의건 타의건 선전과 사실이 다른 것이었다.

결국 그냥 보통 메뉴에서 음식을 시켰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음식이 나왔는데 그릇에 음식찌꺼기가 그대로 눌러붙어있고 게다가 떡국을 시켰는데 고추가루가 여기저기 묻어있는 것이었다. 웨이트레스들이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 마당에 불평을 하기도 그렇고 안 먹자니 배는 고프고 말없이 먹고 있는데 앞 테이블 손님에게 웨시트레스가 “크레딧 카드 기계가 고장나서 카드를 받을 수 없는데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현찰을 어느 정도 가지고 다니긴 하지만 만약 현찰이 없으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얘긴지 참 기가 막혔다. 그 사이에 몇 테이블에 앉았던 손님들은 세일 음식이 안된다는 얘기에 그냥 나가기도 하였다.

딴 친구가 3시가 조금 못되서 와서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웨이트레스들이 앞에서 분주하게 왔다갔다만 할 뿐이지 주문받을 생각은 도대체가 안하는 것이었다. 거의 사정(?)해서 주문하고 물 얻어 마시고(?) 음식을 먹고 있는데 이번엔 또 주차 요원 3명이 열쇠들을 철렁거리고 들어와서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돌아다니며 열쇠를 건네 주면서 1달러씩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먹다말고 어차피 줄거라 주긴 하지만 다들 소태씹은 얼굴들이었다.

결국 나오기 전에 리셉셔니스트에게 내가 먹은 그릇을 보여주니 미안하다는 말은 했지만 거기에 대한 어떤 다른 조치는 전혀 없었다.

보통의 미국식당들은 웨이트레스들이 자기가 맡은 테이블은 최선을 다해서 서비스를 하고 음식먹는 동안 두세번씩 와서 모든게 다 괜찮은지 확인하는데 그날 이 식당에서는 그런 차원의 써비스는 기대도 할수 없었다.

애니 곽<글렌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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