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놈 완성... 이렇게 생각한다

2000-06-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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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인간이 태어나는 날==
(크레이그 벤터·대니얼 코언, LA타임스 기고)

20세기가 물리학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생물학의 세기가 될 것이다. 내연기관과 전기, 원자력등이 20세기 과학 발전을 선도했다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의 유전자 청사진을 제공하기 위한 지놈 프로젝트가 21세기를 좌우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 우리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부터 생명을 기술할수 있게 됐다. 지놈 프로젝트로 유전자 하나하나는 물론 그 유전자의 기능을 컨트롤하는 화학적 성분까지 알아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누가 유전적으로 전립선암이나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알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으로 푸른 눈이나 검은 피부를 갖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인간의 지놈은 1.5미터 길이에 30억개의 화학정보로 이뤄져 있다. 2005년까지는 그 모두와 수백종의 다른 생명체 유전자까지도 해독해낼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유전자를 디자인할수 있게 되는 날 인간은 운명의 종착역에 도달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수천만년이란 세월을 거쳐 진화한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할수 있을 때 자연과 문화의 경계마저 불분명해진다.


유전공학은 향후 10~100년동안 의학 분야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다. 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를 발견해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거나 한걸음 더 나가 튼튼한 유전자로 대체하는 것이 꿈만은 아니다. 20세기 항생제의 남용으로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병균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놈 연구를 통해 제일 먼저 밝혀낸 것이 병균의 유전자 구조였다. 결핵과 콜레라, 말라리아와 같은 병원체의 구조가 확연히 드러날 경우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통해 해마다 이같은 질병으로 죽어가는 2,000만명의 생명을 구할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인류가 시달리는 병마의 90%는 50가지에 불과하다. 이들 질병을 예방하거나 새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의료 비용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새 의학 기술 덕분에 수백만명이 목숨을 건질 경우 이것이 환경에 미칠 영향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60억명의 인간이 살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비축된 식량은 전인류가 6주 동안 먹을 분량밖에 없다. 이미 곡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확량이 20% 더 많은 옥수수가 개발돼 있다. 한평의 땅도 아까운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유전공학을 통한 곡물 종자 개량이 급선무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유전 공학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역사는 지식이 좋게도 쓰여지지만 나쁘게도 쓰여질수 있음을 가르친다. 지놈의 악용은 인종청소와 극단적 민족주의가 활개치는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 간과할수 없는 문제다. 나치와 같은 인종 우월주의자들이 ‘유전자 청소’를 하자고 나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유전자 차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이다. 아무개가 어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과 그것을 고칠 때까지는 수년에서 수십년의 갭이 있을 것이다. 보험회사나 고용주가 그들을 차별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유전자 연구가 더 발달하면 새로운 인간을 디자인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날개를 단 인간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100년후에는 틀림없이 가능한 얘기다. 가능한 일은 조만간 누군가가 시도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현재로는 이같은 문제의 윤리성을 판단할 기관이 없다. 우리는 여기서 과학자와 철학자로 구성된 세계적 규모의 상원을 제안하고 싶다. 유엔 산하 기구로 60명 정도를 회원으로 뽑고 임기는 2년제로 하면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혜를 눈부신 과학적 업적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T. S. 엘리엇의 말대로 “지식을 추구하느라 지혜를 잃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유전자 코드 해독 경쟁, 이제 시작이다==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과학자 팀이 인간 유전체를 거의 다 해독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과학 발견에 한 이정표를 이룩했다. 공공자금에 의해 운영되는 인간지놈프로젝트(HGP)와 셀레라 지노믹스사는 유전자 염기서열 규명 작업의 대강을 완료, 인간 유전자 지도 초안을 완성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이 두 과학자팀은 물론 인간 유전체를 모두 해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의 인간 유전자 지도 초안작성은 후세 역사가들이 과학연구의 중추적 업적으로 평가할, 생명공학 탐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보인다.


지난 80년대 인간 유전체를 해독한다는 아이디어가 처음 제안됐을 때 생물학계에서 나온 반응은 시간과 인력과 재원의 낭비라는 것이 었다. 막대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방대한 데이터를 작성해야 결국은 쓸데 없는 데이터가 된다는 것이었다. 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 프로젝트를 밀고 나간 것은 연방에너지부였다. 연방에너지부가 미국립보건원을 이 프로젝트에 참가시키고 연방기금을 지원하면서 생물학계는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연국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인간의 유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유전자 염기서열 규명으로 인해 수많은 유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고, 또 각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어서다. 이는 정상적 세포의 기능은 물론 암이나 다른 질병상태에 이르는 과정등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가져 오게 한다. 과학자들은 DNA칩을 가지고 유전자에 반응시켜 어떤 세포가 정상이고 또 병들은 세포인지 알아낼 수 있게됨으로써 병진단과 치료에 강력한 새 도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인간 유전체 해독은 화학연구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온 원소 주기표의 발견이나, 의료치료에 새 장을 연 첫 인간 해부도 완성과 비유되어 왔다. 그러나 인간 유전자 코드 해독 경쟁은 끝난 게 아니고 이제 스타트 라인에 들어섰을 뿐이다. (뉴욕 타임스 사설)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 아니다 ==

유전자들이 인간을 만들어 내는가? 막대한 공공자금에 의해 진행된 인간지놈프로젝트(HGP)가 미국의 실험실에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면서 떠오른 질문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결되면 연구가들은 모두 30여억개에 이르는 인간의 유전자 코드, 혹은 유전체의 지도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이같이 인간 유전자에 대한 지식과 함께 이론적으로는 의료 기술진들은 일단 병치료에 획기적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뿐일까? 다른 문제도 생각해야된다. 과학지식의 남용도 있을 수 있다. 고용주나, 보험회사들은 앞으로 지체 부자유나 질병을 앓게될 것으로 미리 예측 되는 사람들을 가려내는데에도 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인간 유전자 지도 완성은 분명히 일찍이 그 예를 찾아 볼 수 없는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윤리의 문제로 과학의 무한한 가능성과 윤리적 민감성이 어떻게 보폭을 맞추어야 하는가의 문제다.

이와 관련해 가장 근본적으로 제기 되는 문제는 한 개인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다. 인간 개인 개인은 복잡한 물질적 오개니즘 이상의 존재인가? 연민, 호기심, 이성등 인간을 도덕적 존재로 만드는 이 속성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같은 속성들도 유전자로 설명될 수 있을까?
인간의 독특한 지성적 능력은 이같은 질문들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DNA로 판단하는 것은 머리카락이나 눈의 모양으로 인간을 판단 하는 것같이 부적절한 판단이다.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지 사설)


==새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일단의 과학자들이 인간 유전체, ‘생물학의 기본적 생명책’을 해독해 냈다. 과학탐구의 보기드문 역사적 순간의 하나로 이 과학적 업적은 상상을 절하는 여러 가지 결과를 수반 할 것이다. 특히 인류가 이같은 과학적 발견에 채 대비할 차비가 안된 상황에서 인간 유전자 코드 해독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이번 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은 의학적으로 새시대가 왔다는 신호다. 아직 인간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의 성공은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고, 진단하고 또 치료하는데 획기적 계기를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유전자검사는 인간의 질병을 에측하는 것은 물론 각 개인의 신체적 조건에 맞는 치료방안 개발도 가능케 할 것이다.

사실이지 이번 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 성공은 단지 병치료에나 초점이 맞추어졌던 과거 의학상의 연구업적과 비교가 안되는 획기적인 의학적 발견이다. 35억여 쌍의 인간 유전자를 과학자들이 꿰어 맞추는데 10여년이 소요 됐다. 이 방대한 유전자 코드를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앞으로 한세기가 걸릴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 유전자 지도를 잘 차려진 성대한 추수감사절 디너라고 생각해보자. 과학자들은 어떻게 추수감사절 디너가 차려지는지는 전부터 대략 알고 있었다. 이제는 요리에 첨가된 모든 재료를 모두 파악하게 된 것이다. 또 어떤 양념이 어떤 재료와 합쳐져 구어질 때 어떤 독특한 맛을 내는지도 알 게 된 것이다.

인간 유전자 지도의 공개는 상당히 심각한 여러 문제를 유발 시킬수 있다. 말하자면 ‘가치가 높은 특수 양념’에 대한 치열한 소유권 주장 경쟁이 예견되는 문제의 하니다 이에 대한 규제와 윤리적 고찰이 필요하다.
(USA 투데이지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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