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담과 이브의 부활

2000-06-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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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에덴 동산에서 흙을 빚어 아담을 만들고 아담의 갈비뼈를 뽑아 이브를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인류의 조상이 바로 이 아담과 이브라는 것이다. 교회가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던 중세에는 진리로 여겨져 오던 성경의 가르침이 근대 이후 과학 문명의 발달과 함께 빛을 잃어가면서 아담과 이브가 실제 인류의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사라졌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전공학이 각광을 받으면서 인류의 조상이 진짜 한 쌍의 부부였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무게를 더해 가고 있다. 10여년전 UC 버클리의 유전공학자인 앨런 윌슨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연구한 결과 모든 인간은 한 여성의 몸에서 나왔으며 그 여성은 2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다는 ‘이브 가설’을 발표했다.

미토콘드리아란 세포 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관으로 모계로만 유전되는 것이 특징이다. 수천세대 밑으로 내려가도 아버지쪽 유전자와 섞이지 않으므로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 인종의 미토콘드리아를 조사해 본 결과 하나의 유전자에서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을 만큼 서로 닮았으며 가장 오래된 것은 아프리카인의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남성에게만 있는 Y 염색체 연구팀도 이와 같은 결과를 발표, ‘이브 가설’의 신빙성을 높여 주고 있다. 얼마전 뉴욕 콜드스프링 하버에서 열린 유전공학 학술회의 참석자들은 Y 염색체를 가진 남성의 조상이 14만5,000년전 남아프리카에서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남아프리카 대학 연구팀들은 남아프리카 지역에 살고 있는 호이산족의 미토콘드리아가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발표, 인류의 조상이 이 곳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애리조나대 Y 염색체 연구팀의 마이크 해머는 이같은 일련의 연구 결과가 일치하는 것은 ‘이브 가설’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전공학이 밝혀낸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의 유전자는 피부색 같은 외양보다 아프리카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차이가 커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똑같이 피부가 검어도 파푸아 뉴기니아나 호주의 흑인 원주민들은 유전적으로 아프리카 흑인보다는 아시아인에 가깝다는 것.

인류의 조상이 과연 한쌍의 부부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론이 들끓고 있으나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왔다는 점은 이제 유전학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나 고고학적으로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유전공학의 발달은 인류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물론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도 새로운 빛을 던져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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