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 구하기 힘들다?

2000-06-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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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저런 이야기

"사람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네. 기껏 뽑아 놓으면 얼마 안돼 나가버리고…"
한인직장들마다 일할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타령이다. 신문에는 ‘직원 급구’의 광고가 넘친다. UCLA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지난 1년동안 6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고 한다. 일자리는 넘치고 사람이 모자라는 것이 당연하다.

커뮤니티의 연륜이 깊어지면서 한인 사업체들 가운데도 규모가 커진 곳이 많다. 맨발로 정신없이 뛰어 기반을 닦아 놓은 업주들 가운데 "이제 믿을만한 사람을 찾아 운영을 맡기고 쉬고 싶은데 사람을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과연 한인사회에는 이들이 찾는 ‘능력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없는 것일까.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어떤 사람을 구하길래?"
"영어와 한국말을 완벽하게 하고 업무경험도 좀 있어야겠지"
"그정도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대우를 상당히 잘해 줘야 하겠네"
"우리같은 작은회사에서 월급을 많이 줄수야 있겠나"
"베네핏은…, 의료보험이나 401K는 들어주는가"
"앞으로 형편이 좋아지면 들어줘야겠지"


월급은 적게주고 우수한 사람을 뽑겠다는 생각은 마치 100달러 가격의 물건을 50달러에 사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장물이나 하자 있는 물건이 아니라면 반값에 팔리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당장 아쉬워 그같은 일자리라도 좋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열심히 오래 일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다. 돈을 많이주는 곳이 생기면 언제라도 뜰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대우가 좋다고 소문난 업체들이 구인광고를 내는 케이스는 별로 없다. 직원들이 쉽게 그만두지도 않으려니와 어쩌다 사람이 필요해도 알음알음으로 지원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식당 웨이트리스만해도 그렇다. 종업원 대우를 잘해준다고 소문난 식당의 웨이트리스들은 몇 년만에 가봐도 얼굴이 그대로다. 규모는 훨씬 크지만 웨이트리스들이 뻔질나게 바뀌는 식당들이 있다. 바로 대우가 나쁘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을 가진 친절한 웨이트리스들이 많이있는 식당과 사흘걸러 웨이트리스들이 바뀌는 식당중 어느곳이 잘될 것인가는 자명한 일이다.

다른 사업체도 마찬가지다. 오랜 경험을 가진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곳과 석달이 멀다하고 바뀌는 직원들이 일하는 곳의 영업수지가 같을 리가 없다. 또 같은 능력의 종업원이라고 해도 대우에 만족을 하면서 하는 일과 잔뜩 불만을 품은채 하는 일의 능률이 같지 않을 것이다. 물건을 살 때 싸구려만 찾으면 안되듯이 사람도 제값을 치러야 제대로 뽑을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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