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가선용도 개성있어야

2000-06-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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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광장

▶ 서효원

미국말에 아이들이 공부만 하고 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여서 너무 일만 하다 보면 병이 든다. 실제로 많은 한인 가정들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살만 하면 가족중의 누군가가 병이 들거나 이혼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틈틈이 여가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노느냐 하는 것이다. 나의 주변을 살펴보면 한인들의 여가생활 형태는 몇가지로 국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한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것은 노름과 골프다. 노름은 이제는 패가망신의 도를 넘어서서 죽고 죽이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어떤 한인은 미국의 지리는 잘 모르지만 라스베가스는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다고 자랑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바다의 망둥이가 뛰면 방천의 말뚝도 따라 뛴다는 것이 있다. 말뚝은 땅에 박혀 있기 때문에 설사 망둥이가 좀 뛰더라도 말뚝은 의당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남이 한다고 해서 무엇이든지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고 하지만 미국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이 있다. 예를 들자면 베벌리힐스 주택가에 가보면 사는 인종들이 거의 백인이다. 이들은 돈으로 타인종의 접근을 불허하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골프는 아무나 못한다.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지게꾼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다르다. 돈 조금 들여서 골프채를 사고 돈을 조금만 들이면 누구나 손쉽게 골프를 할 수 있다. 또 골프장은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어서 금방 갈 수도 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공을 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할 수 있다.

LA 한인타운의 버몬트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리피스 공원이 나오고 금방 골프장이 나온다. 이 골프장은 언제나 한인들로 만원을 이룬다. 그러나 바로 옆의 테니스 코트에는 한인들이 단 한명도 없다.

장사도 그렇고 노는 것도 한인들은 주로 한두종류에 몰두한다. 어떤 주한 외국 외교관은 한국인들이 ‘쥐떼’와 같다는 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우리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한곳으로 지나치게 몰려다니다 보면 급기야는‘한인 사절’이라는 간판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놀이문화를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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