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 참전용사의 편지

2000-06-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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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송 <한미 문화교류재단 회장>

얼마전 낯모르는 한국전 참전 미 재향군인이 한통의 편지와 함께 1950년 9월18일자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성조지’ 신문을 보내왔다. 그의 이름은 도널드 멜맨이고 6.25전쟁 당시 해병대 대위로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으며 이어 서울을 거쳐 원산까지 갔다고 한다.

그는 그 때의 상처로 상이군인(50% Diabled)이 되어 오늘까지 고통을 이겨가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젊음을 바쳐 불구가 된 나라에, 그 격전지에, 생을 마감하기 전에 사랑하는 부인과 함께 그 역사의 현장을 보고 싶어 한국 정부에 수차에 걸쳐 편지로 초청을 원했지만 단 한번의 회신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 후로는 한국에 관한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한국전 50주년 행사에도 불참하겠다는 사연이었다.

미하원은 3월8일 본회의에서, 1950년 6월25일 북한 공산군의 남침으로 미국의 한국전 참전인원이 총 572만명이고 그중 5만4,260명이 전사하고, 9만명이 부상당했으며, 8,176명이 실종됐다고 결론짓고 이렇게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었는데도 ‘잊혀진 전쟁’으로 남아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국전 50주년을 기점으로 이때 희생된 참전용사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며, 그 의의를 되새기기 위하여 2000년 6월25일부터 3년 동안 대대적인 행사를 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8,200명의 실종자들의 유해 발굴을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세워놓고 잃어버린 한쪽의 뼈라도 찾아내어 가족에게 돌려주려고 북한과 끈질긴 협상을 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대목이다.

남한의 경우는 대개 5만~8만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남아있다고 추정되며 50년이 지난 지금도 상당수의 포로와 실종자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통계이다.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부분이 간첩인 미전향 장기수를 인도적인 차원에서 돌려달라고 생떼를 쓰는데, 우리는 제네바 협정에 의하여 당연히 돌려주고 받아야할 전쟁포로 문제를 언제나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뒷전으로 밀리니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충성심이 없다고 탓하겠는가.

지난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합의문과 6.25전쟁은 우리 모두의 판단력에 혼미를 가져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가 없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으며, 과거의 역사가 현재의 원인이며, 미래의 방향 설정에 Landmark가 된다는 것은 분명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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