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향민의 통일 염원

2000-06-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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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소리

▶ 남정직<치노힐스>

나의 출생지(경기도 장단군 진서면 금능리)에서 불과 3-4리 북서쪽에 위치한 판문점에서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에 있었다. 또한 앞으로도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도 할 수 없으며 일면 두렵기도 하다.

많은 실향민들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든지간에 자유스럽게 살던 고향, 서로 잘 알고 지내온 내 고향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고향을 찾아보고 싶었다. 기회만 있으면 고향쪽을 바라보며 소위 망배단에 가서 간절히 기원하는 사람들도 이루 헤아릴수 없다.

명절이 와도 선조의 묘지를 찾아갈 수 없고 뛰고 놀던 전답은 저수지로 변하여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다한다. 또 중립지대(DMZ)는 언제나 제거될 것인가? 하루속히 DMZ가 사라져서 많은 실향민이 조상의 묘지를 찾으며 늦게나마 조상에게 우리들의 잘못을 고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실향민중에는 자기의 시체를 실향민들의 묘지에 묻는 것보다는 선조의 묘지도 찾지못하며 참배치도 못한 죄의식을 참을 수 없어서인지 화장하여 한강에 뿌려달라고 소원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한민족의 통일은 질서있게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지난 50년간에 너무나 많은 좋지않은 일들이 있었던 것을 재삼 참작해야 하겠다. 8.15 해방을 맞았을 때는 정말로 무질서 하였고 너도나도 잘해 보겠다는 욕심에서인지 많은 암살사건이 있었다. 모두 자유민주주의 한국을 세워야 한다니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 판단을 혼명케 하였었다.

이제 또 다른 방식의 통일방안을 내걸고 나서는 북한측의 의사 또는 계획을 호의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하겠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갈망이니 하루속히 이뤄지고 또 우리의 노력이 절대 필요하지만 DMZ 또는 휴전선이 우리가 원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재고해야 하겠다.

대한민국은 많은 애국 국군의 희생의 댓가며 많은 UN군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 오늘의 남한은 소위 인도주의와 인권옹호를 근본원칙으로 한 UN 이념 하에 이루어진 나라라고 하겠다. 따라서 국경은 견고해야 하며 DMZ은 그 국경을 견고히 하려는 수단이라 하겠다. 남북 두 정권이 존재하고 있는 한 만일을 대비하여서라도 시급히 없앨 수가 없다. 진실로 양측이 갈망하여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민족의 국경은 압록강 백두산 및 두만강으로 이뤄진 경계선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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