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번에 35달러.

2000-06-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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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칼럼

▶ 유명찬<펜실베니아·엔지니어>

사법서사로 일하는 24살의 청년이 용돈을 벌기 위해서 남가주 센추리 시티에 있는 정자은행에 자신의 정액을 팔았다. 5년간 320번의 정액을 팔아서 1만1천2백달러를 벌었다. 이 청년의 정액으로 많은 여성들이 임신을 하였다. 정액을 팔고 사는데는 길고 긴 질문서에 상세하게 집안의 건강내력을 얘기하여야 하며 정자은행쪽에서도 엄밀하게 정액검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정액을 공급하는 사람에 대해서 의학적인 면에서 기록을 정리하며 보관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이앤 존슨이란 여성도 그의 정액으로 임신하여 딸 브리타니를 낳았는 데 11살 먹은 브리타니가 콩팥에 병이 생겼다. 조사해 본 결과 정액을 판 청년의 유전인자가 병에 걸리게 한 원인이 된다고해서 엄마는 정자은행을 상대로 딸의 건강과 치료비를 위해 법적투쟁을 벌렸다. 정자를 제공한 사람들은 신분이 절대 비밀이어서 사법서사 청년은 ‘정액공급자 276’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법정은 그가 5년간 320회나 정액을 판 것은 직업적으로 사업을 했다고 보았으며 그러기 때문에 법정에 출두해서 심문을 받으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 청년의 어머니와 친척 아주머니도 콩팥에 연관된 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젊은 기분에 용돈을 벌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캘리포니아주에 자기 씨를 많이 번식시키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생각지도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1873년 하버드 출신 클락이라는 의사는 ‘여성의 불임증’이라는 책에서 교육받은 여성들은 머리가 발달하고 대신 신체는 빈약해져서 임신을 못한다고 해서 대중의 인기를 모았다. 그 책이 발간되고 50년도 안되어서 여성의 불임증의 큰 원인 중에 하나는 남자정액 속에 정자수가 부족한데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자수가 부족한 사람인 경우 실험실에서 부인의 난자에 남편의 정자를 직접 인공수정시켜 자기자식을 얻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태어난 아이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인자에 의해서 부모와 같은 운명을 맛보게 된다고 한다. 한 세포가 둘로 나누어 질 때 세포 속의 유전인자인 DNA가 똑같게 복사되는데 똑같이 복사가 되지 않을 때에는 세포 속에 있는 효소와 흰자질에 의해서 보강되어 정확하게 복사가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효소와 흰자질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할 때 분리하는 세포들이 정상적이 못되어 암의 발생을 유발하게 되며, 암의 발생과 정자수가 낮은 것과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하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320번에 1만1200달러는 한번에 35달러 꼴인데 종자가 우수한 소, 말 또는 개가 320번 씨를 받게 한다면 청년이 받은 액수보다 수백배 또는 수천배의 돈을 받았을 것이다. 동물이 할 수 있는 일과 사람이 하여야 하는 일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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