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적은 변함이 없다

2000-06-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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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전쟁 50주년

▶ 손희선(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상근위원)

사람들은 나를 ‘군의 원로’라고 부른다. 일흔여섯살 나이에다 창군때부터 군에 몸담아 왔고, 6.25 전쟁 때 연대장으로 참전, 1959년에 사단장을 그리고 1963년에는 합참 작전국장을 지낸 군 경력 등이 나를 원로 반열에 올려놓은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면 뒤에서 머무르고 싶지 않다. 우리 후배 장병들과 함께 언제든지 국방의 최일선에 서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군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기꺼이 봉사하고 싶고 부족하지만 조언도 아끼지 않으려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조국의 번영과 민주주의 수호, 평화적인 남북통일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근 정부는 ‘제2 건국운동’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IMF 경제난을 극복하고 21세기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정 전 분야에 걸쳐 개혁을 해 나가고 있다.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제2 건국운동이라고 본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군도 다시 창군하는 정신으로 ‘제2 건군운동’을 추진, 군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48년 건군 당시는 글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군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장, 무기 등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훈련 또한 부족했지만 지금의 강군의 틀은 그때 만들어졌다.

당시 창군 작업에 참여한 우리들은 일제 식민지 잔재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우리 군을 만들고 미래 정예국군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데서 한없는 긍지와 보람을 가졌다. 당시 우리의 창군정신은 자주독립, 군의 정예화, 철저한 교육훈련, 군기확립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군은 시대와 더불어 변화, 성장해야 한다. 앞으로 군은 더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하고,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교육 훈련에 임해야 한다. 또 엄정한 군기강을 확립하는 한편 호국의 간성, 국가의 역군으로 국가와 민족을 보위하고 봉사하는 정신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 또한 부정부패와 비리 등 사회의 잘못된 풍조가 군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방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군의 과학화·정보화를 위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해 미래전 양상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대 적관을 확립해야 한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 공산집단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은 휴전 상태다.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주적은 6.25 전쟁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북한 무력 집단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는데 한치도 방심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군은 적의 재침에 대비해 강력한 억지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사회 일각의 안보해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병역의 의무를 갖는다. 때문에 우리나라 가정은 대부분 군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고 안보에 대한 의식과 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리고 유사시 우리나라 사람처럼 위기극복 능력이 뛰어난 민족도 드물다고 본다. 그러나 장병들과 마찬가지로 방심은 금물이다. 어려운 사회환경이지만 안보를 느슨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우리 안보현실에서는 ‘안보가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안보가 위태로우면 나라를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는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가정도 생각할 수 없다. 그 경험이 6.25 전쟁이다.

나는 우리 군만큼 자랑스러운 군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본다. 고학력에다, 각 가정에서는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러운 자식이자 가장인 사람들로 이뤄진 축복 받은 조직인 것이다. 또한 군은 우리나라를 수호하고 우리 민족을 보호하는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의 역할은 막중한 것이다.

21세기 선진 정예 국군을 지향하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군에게 제2의 건군 정신과 이에 따른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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