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년 이어온 ‘추모 장학금’ 수여

2000-06-17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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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스가게 종업원 김옥순씨 ‘끝없는’ 아들사랑

▶ 17세때 총기오발 사고로 숨져, 가톨릭 학생회에 장학회 설립

"적은 액수지만 장학금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죽은 아들이 더욱 더 생각납니다. 하늘에서 이 모습을 보며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리라 믿습니다"

지난 7일 옥스나드에 위치한 산타클라라 가톨릭교회에서는 제10회 ‘지미 A. 로스 추모장학금’ 전달식이 있었다. 이 장학금은 90년 총기오발 사고로 사망한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어머니 김옥순씨(56)가 설립, 10년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수여해온 장학금이다.

김씨는 장남인 지미가 3세때부터 돼지저금통에 한두 푼씩 모았던 돈이 400달러가 되자 은행에 예치를 했고 그 후로 여유 돈이 생길 때마다 아들교육 만큼은 잘 시켜야겠다며 저축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이 17세 되던 해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여태껏 모아놓았던 교육자금이 쓰여질 곳을 잃자 91년 생전에 아들이 좋아했던 산타클라라 가톨릭 학생회에 장학금을 만들어준 것.


"지미와 절친했던 친구 캐시 맥컬과 당시 학생회장이었던 피트 부부가 매년 장학생을 선발합니다. 지미는 매사에 적극적인 아이였고 가톨릭 학생회 활동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열심이었기에 학업성적이 뛰어난 학생보다는 다방면에서 활동적이고 성실한 학생을 우선으로 뽑고 있습니다."

한인 신자가 많지 않아 외국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해오다가 지난 98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바바라에 진학하게된 앨리스 정(한국명 정은지)을 장학생으로 선발했을 때 감회가 남달랐다는 김옥순씨는 현재 ‘데일리 스퀴즈’란 주스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간간이 날아드는 장학생들의 안부편지가 김씨를 흐믓하게 하지만 그때마다 아들생각에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는 김씨는 매년 장학금 수여식때면 500달러를 받고 자부심에 가득찬 졸업생들을 얼싸 안으며 죽은 아들 생각에 눈물을 흘리곤 한다.

"죽고 나서도 장학금 사업을 계속하고 싶어서 생명보험에 가입했죠. 4년전부터는 교회에서도 500달러를 보조해 액수가 늘었습니다"

미군부대 이발소에서 카운터를 보다가 이민 온지 30년. 그 동안 평탄하지 않은 결혼생활과 아들의 죽음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올해 농구를 잘하는 둘째아들 얼이 캘리포니아주립대 베이커스필드로 진학하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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