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민족의 화해/역사적 해빙의 시작

2000-06-16 (금)
크게 작게

▶ Voice of America

이번주 이루어진 남북한 정상간의 첫 만남으로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종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만남은 반세기간의 적대관계 극복의 시작이 됐다.

클린턴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해제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적대관계해소를 추구하고 있다. 올바른 방향선택이라고 본다. 남북정상회담은 놀라울만큼 마음에서 우러난 분위기에서 펼쳐졌다.

또 15일 발표된 남북 공동선언문은 모호한 언사로 표현돼 있으나 첫 회담에서 현실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입지가 강화돼 귀국하게 됐다. 김정일은 은둔자, 미스터리의 인물이라는 부정적 평가에서 벗어나게 됐다.


공동선언문은 남북한간 화해와 통일이라는 장기적 이슈와 경제 및 문화 교류, 또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비교적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또 비전향 장기수 인도를 고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특히 고무적인 사항은 남북 양측 지도자들이 이번주 평양에서의 회담에 뒤이어 김정일이 ‘가급적 조속하고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답례로 방문키로 약속을 한 것이다.

남북한은 지난 1972년과 1991년 두차례나 남북화해 방안에 합의했다. 북한 양측은 합의 지후 조기에 또 다시 적대관계에 빠져들면서 대립국면을 연출했다. 이번 이룩된 남북 합의사항은 보다 구체적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 두차례의 경우와는 달리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남북지도자들은 주한미군철수문제,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문제등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피함으로써 안보문제를 애써 축소, 문제삼지 않았다. 상호간 상당한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같은 이슈를 다루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남북을 맞대고 있는 국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화 되어있는 지역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구체적 조치가 없는한 남북간의 화해는 별다른 진전을 이룩할 수가 없다. (뉴욕 타임스 사설)

한국전 참전용사든 한인 이민자든 미국인중에서 남한의 김대중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TV로 보게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번 만남은 수만명의 군인들을 50년동안 한국에 파병하고 있는 우리 미국인들 입장에서도 강건너 불만은 아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3만7000명의 주한미군은 귀국할 수 있고 미국의 방위전략은 대폭 변하게 된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현수준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에 두군데서 국지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미국의 기본방위 전략이며 물론 2개의 국지전 상대중에는 북한이 포함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미국의 미사일방위 시스템 구축에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에서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기 까지는 아직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남북한 정상은 주한미군 철수나 핵미사일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은 3만여 미군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전쟁이후 가장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두정상이 서명한 공동선언으로 수십만 이산가족이 재회를 할 수 있게됐다. 이산가족의 상봉으로 북한의 폐쇄정책은 종지부를 고하게 된다. 북한은 남한의 성공이 주민을 자극할 것이 두려워 그같은 사실을 감춰왔고 남측으로부터의 침략에 대한 공포심을 주민들에게 심어줬다. 동시에 국경에는 군사력을 집중시켜 놓고 있다.

워싱턴의 태도도 변하고 있다. 미국무부는 14일 미국과 북한간의 미사일회담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의 결과가 가시화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두정상은 이번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확립을 위한 진정한 기틀을 만들었다. 두한국이 이번에 합의된 사항을 버리고 과거처럼 다시 적대관계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USA 투데이 사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