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앤틱 파이세이프 (부엌장)

2000-06-1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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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스 최 (필레오 인테리어 디자인)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 사람들은 어떻게 음식들을 보관했을까.

선조들은 시원한 곳, 얼음 등으로 음식을 보존시켰을 텐데 더운 여름날 여러 가지 음식들을 어디에 어떻게 놓아두었을까 생각하면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파이세이프’는 미국 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가구이다. 역사성 짙은 가구임과 동시에 미국의 포크아트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 옛날 시골 우리네 부엌에 하나쯤은 놓여 있는 찬장 같은 푸근함이 들었던 이 장은 가난하고 평범한 이들의 가구라서 왠지 더 정감이 간다.


1890~1910년 20년 동안을 제외하곤 공장생산이 아닌 손으로 정성 들여 만든 ‘크레프트십’(craftship) 때문에 손으로 어루만지면 그 옛날의 아스라한 얘기들과 목수의 땀방울 젖은 정성이 전해지는 듯하다. 어렸을 땐 왠지 퀘퀘한 듯한 앤틱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30대 후반부터 한국과 일본의 앤틱장, 테이블과 미국의 앤틱들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중국의 의자, 일본의 기모노장, 불란서의 자그만한 가구들을 보면서 옛 중국인들은 좌식보다 입식이었구나, 아 기모노장은 습기 많은 일본에서 좀이 쓸지 않게 압축되게 만들었구나. 불란서인들은 큼지막한 미국인보다 훨씬 사이즈가 작았나 하는 사실을 알게 하고 궁금증도 일으키다보니 그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와 풍습을 대변하고 있는 앤틱 가구들이 이젠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부엌의 그릇들을 정리해 놓고 여러 가지 공간으로 쓴 부엌장은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워야 했다. 요즘 인테리어는 부엌을 중심으로 디자인되지만 18세기까지 부엌생활은 12세기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화덕이 야외에서 실내로 들어오면서부터 많은 가재도구의 필요와, 음식을 준비하고 치우는 공간이 필요하면서 생겨난 이 파이세이프는 때때로 밀크세이프, 젤리세이프로 사용되기도 했다. 통기성 때문에 철사 스크린이나 주석에 디자인으로 통풍 구멍을 뚫은 것이 대부분이다. 19세기 부엌용도를 위한 특별한 기구들이 생겨나면서 싱크와 테이블도 생겨났고 파이세이프가 대표적 부엌가구로 인식되어졌다.

19세기 중엽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선 긴 다리가 유행했고 아래위에 서랍이나 냄비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 넣기도 했는데 벌레나 쥐로부터 음식을 보존하면서 시원하게 통기를 시키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1830년 버지니아에서 생겨나 여러 지방으로 번져갔으며 꽃과 나무, 하트, 새, 사람, 빌딩, 동물, 지오메틱 패턴과 담배 프랜트의 모양 또한 유행하였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시간이 가면서 가치 있는 것으로 바뀌는 앤틱가구 중 파이세이프는 가장 미국적인, 그리고 순수성이 있는 가구다.

가구와 포크아트의 조합 또한 흥미롭지만 대부분 집에서나 예술자의 손에 의해 탄생된 가구라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앤틱에 흥미 있으신 분은 가끔씩 앤틱 쇼나, 경매, 앤틱가구점, 프리마켓 등을 살펴보면서 책도 사서 읽고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모든 앤틱가구가 마찬가지겠지만 품질을 잘 보고 형태와 독특성, 피니시의 상태, 보관이 얼마나 잘 되어 있나를 살펴보아야 한다. 파이세이프인 경우 포크아트의 성격이 얼마나 잘 나타나 있는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프리마켓에서 잘 고르면 몇십 달러에서 500-5,000달러등 가격 차이가 있지만 특별한 형태와 피니시, 보전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인 파이세이프의 형태는 컵을 놓아두는 인테리어 선반으로써 어떤 것은 몇개의 판자로 못을 박아 고정한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유명한 캐비닛 메이커가 만든 아티스틱한 창작품도 있다.

평범치 않고 독특한 피스가 더 가치 있고 흥미로우며 주석의 디자인과 가구의 모든 프로포션도 잘 보아야 한다.

가구 형태가 더 디테일하고 컨스트럭션 테크닉이 있으면 더 좋고 고쳐야 할 것이 얼마나 있는지 잘 체크할 것이며 장식적인 효과를 더해야 한다.

초기 미국 가구의 표면은 부드럽거나 딱딱한 나무들이 사용되었고 무엇이 가능한지 그 기능이 중요했다.
페인트는 때로 나무가 적거나 흠이 난 것에 사용되었는데 원래 쓴 페인트가 벗겨지면 본색도 없어지고 가치가 적어지지만 낡게 보이게 하는 페인트로 리피니시 할 수 있으므로 잘 살펴야 한다. 컬터에겐 파이세이프의 차밍이 곧 스타일과 패턴이다. 형태와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고 정말 하나 밖에 없는 독특한 피스가 높은 가격을 받는다.

푸드세이프엔 철사 스크린으로 된 것보다 주석판에 디자인하여 뚫은 것이 더 가치가 있는데 주석 디자인 판넬이 많은 것이 더 귀하다. 주석은 색이 금방 바뀌므로 낡은 가구에 새 주석판만 바꿔 넣어 앤틱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원래 주석판 인지를 꼭 살펴야한 다.

요즘은 퓨전 스타일이 인기다. 동양식과 서양식의 절제된 만남, 모던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집에 한 두점 섞어 넣은 앤틱 가구나, 앤틱 파이세이프로 분위기를 바꾸고 멋을 내어 보자. 이번 주말엔 프리마켓 한 두군데 들러, 재수 좋게 잘 생긴 소품 하나 싸게 건져 보면 어떨까. 작은 파이하나 보관하면서 행복을 느꼈던 옛 여인의 그 기분이 몇년 동안 마음으로 전해질 것 같다. 문의 (888)848-0360, (909)838-9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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