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상봉은 통일로 가는 첫걸음.

2000-06-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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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규<심장전문의·‘3일의 약속’저자>

1983년 7월 집 떠난 지 33년만에 이북의 고향에 갔더니 어머니는 이미 4년전에 돌아가시고 이 세상에 안계셨다. 어머니 무덤 앞에서 비석을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 지 모른다.

이제 남북 정상이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했다고 하니 속한 시일내에 실무진이 구체적 작업을 서두르기 바란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 생전에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83년 첫 방문후 86년에 큰아들을 데리고 다시 고향에 갔었다. 첫 방문때는 누님 집에서 7일을 묵었지만 긴장을 완전히 풀 수가 없었다. 너무 오랜 세월 떨어져 있다보니 각기 마음이 굳어져서 서로 눈치만 보고 말도 제대로 못했다.


그런데 두 번째 갔을 때는 달랐다. 가슴속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만큼 마음을 열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큰매부에게 “전쟁 때는 뭘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인민군 포병 대대장으로 김일성고지(철의 삼각지 부근) 근처에 배치돼 있었다”는 대답을 했다.

나는 당시 대한민국 국군 중사로 그 지역에 배치돼 있었다. “잘못했으면 매부가 쏜 포탄에 내가 맞을 뻔했다”는 말을 하며 우리는 옛일을 회고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의 담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분단 55년간 쌓여온 남북 국민들 마음의 휴전선, 마음의 철의 장막이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산 가족들이 만나 개개인의 마음의 담이 헐리면 국가간의 담도 헐린다. 가족이 만나면 각 분야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결국 통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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