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북 정상회담, 중대한 시험의 계기

2000-06-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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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지 사설)

남북한이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다면 남북 정상회담은 오랜 내전을 끝내기 위해 열린 한 회담정도로 치부됐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일본 사이에 놓여 있는 한반도는 무자비한 전쟁을 치른 지 47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철저히 무장돼 있다. 또 공산국가인 북한은 1998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 미국을 경악시켰고 그 결과 워싱턴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해 국제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전쟁에서 3만6,516명의 미군이 전사한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비슷한 숫자의 미군이 100여만 북한군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거기다가 북한은 핵폭탄 물질의 제조능력을 입증했다.

이같이 군사적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이 만나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것은 ‘용기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남북한 지도자들이 이산가족의 우편왕래에만 합의를 해도 사상 처음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절망을 극복한 희망의 승리로 볼 수 있다.
북한 지도자들이 불안한 고립을 끝내고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는 것이 한국 대통령의 희망이었다. 그는 서울과 워싱턴의 반북한 매파들 가운데에서 줄곧 비둘기파의 입장을 지켜왔다. 북한을 포용하는 그의 ‘햇볓정책’은 김정일이 문호를 개방하고 외국투자를 허용해 엉망이 된 북한 경제의 재건에 나서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한국통일은 당분간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은 막대한 통일 비용을 지원해 북한을 한국의 생활 수준으로 끌어올릴 의사가 없다. 또 한국은 북한에 대한 무작정의 재정적 지원은 군사적 목적에 쓰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한해동안 새로 많은 친구를 구했고 중국식 개혁정책을 도입할 뜻을 시사해 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은연중 북한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에게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의 빌미를 주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중차대한 테스트의 장이 되고 있다. 북한이 호혜적인 새로운 국가로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 중요한 시험의 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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