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엉클 샘’은 어디에?

2000-06-14 (수)
크게 작게

▶ 마이클 브린·월스트릿 저널지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환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수백만의 한국인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 이후 세상이 분명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다. 한국민들의 소망은 남북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분명히 새 장을 열고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예견되는 남북간의 화해는 그러면 오랜 세월동안 한국의 동맹국이자 스승 역할을 해온 미국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북간의 해빙무드는 한국에서 민족주의 정서를 확산시켜 그 결과 한-미 동맹관계가 약화되지 않을까?

이같은 질문들은 새로운 질문이 아니다. 북한의 스승격이자 동맹국이던 소련의 붕괴는 남북한간의 대치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이미 수년전에 명백히 알려주었다. 워싱턴 분석가들은 이 사실을 명심하고 있다. 남북한 관계가 우호적 관계로 바뀌면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에 변화가 오는 것은 필연이고 미군의 한국 주둔도 영구히 보장될 수 없다.


물론 남북한간의 통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정부 당국자들은 엄청난 통일 비용을 감수한 통일을 원하지 않고 있고 한국민도 정부의 이런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북한의 공산당 지도자들도 현 평양체제가 한국에 흡수돼 통일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통일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남북한 양측은 한반도 장래와 관련해 서로 흡사한 안을 가지고 있다. 느슨한 국가연합체 형태의 평화공존안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이 방향으로 진지하게 추진되면 이는 한국민을 감동시키고 김대중과 김정일이 노벨 평화상을 받는 것은 따논 당상이 될 수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분명히 이 방향에서 남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일의 입장은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김정일은 최소한 현재 휴전상태인 한국전쟁을 완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을 맺고 종식시키고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자는 안을 재차 들고나올 것이다. 과거 한국측은 북한의 이같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남침의 전제조건으로 해석, 거부했다.

국가적 이해라는 것은 언제나 가변적이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과거 한국은 현상태 유지를 원해 왔다. 이 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는 일치돼 왔다. 남북한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워싱턴과 한국의 이해는 분기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을 ‘깡패나라’로 분류하고 있으나 실제 우려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한국에서의 미군주둔을 원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은 이런 면에서 한반도 미군 주둔에 안성맞춤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일본의 전략적 이해는 미국과 흡사하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한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대처하기 위해 미군의 주둔을 원했다. 남북화해가 진척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로 주한미군의 점진적 감축의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