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가르기와 몰아붙이기의 폐단

2000-06-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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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이활웅<통일문제 연구가>

한국일보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란(6월6일자)에 실린 ‘한인사회의 색깔논쟁’을 읽고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공연히 편을 가르고 없는 말을 지어서 남을 비방하고 몰아붙이기를 좋아할까?

우리 조상들은 노장파가 아니면 소장파, 수구파가 아니면 개화파, 친로파가 아니면 친일파 등으로 갈리어 싸움질만 하다가 나라를 잃었고, 우리 선배들은 좌익 아니면 우익으로 맞서 싸우다가 나라를 갈라놓았다. 우리 대에 들어와서는 우리끼리 서로를 빨갱이 혹은 민족반역자로 몰면서 피흘려 싸우더니 근래에는 반북 아니면 친북으로 몰아붙이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6월1일 ‘동포 간담회’에서 일어난 난동도 우리들의 고질병 ‘편가르기와 몰아붙이기’의 소산이다. 나도 있지만 남도 있어서 다 같이 살수밖에 없는 세상, 어찌 내 생각만 옳고 남의 생각은 다 틀렸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남의 이야기도 조용히 들을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물며 여럿이 모여서 공론하는 자리에서 고함을 지르고 튀어 나와서 순서진행을 방해하는 등 행패를 부려서야 되겠는가? 반공의 기치를 들고 나오거나 상대를 빨갱이로 몰기만 하면 어떤 난동을 부려도 상관없던 시대가 아직도 다 안갔단 말인가? 이날의 사건은 한마디로 동포 사회의 수치였다.

남북문제만 해도 그렇다. 35년간 우리를 식민지배하던 일본하고도 해방 20년후에는 국교를 텄고 지금은 동맹처럼 지내고 있다. 그러나 6.25 50년이 다 되는 이 마당에 이르러, 이제는 응당 남북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가 화해하고 통일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자는 노력이 있어서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런 뜻에서 북에도 고쳐야 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사정을 잘 아는 남에서 이런점 저런점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서 그게 ‘친북노선의 대변’이 되거나 세미나 소동과 같은 사건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색깔 논쟁에 시달리던 김대중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서로 악수하고 회담하고 있다. 편가르고 서로 몰아 붙이는 폐단을 지양하고 다 같이 평화롭게 살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밝아 오기를 고대한다. 그렇게 되면 한인사회의 ‘색깔 논쟁’의 우려는 한낱 기우에 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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