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콜러시엄

2000-06-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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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칼럼

▶ 박덕만<편집위원>

"최경주의 PGA 퀄리파잉대회 통과가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보다 더 의미있는 업적이다"

스포츠에 있어서의 성차별을 놓고 이야기 하던중 어느 후배기자가 내놓은 주장이다. 여자골프의 위상이 남자골프에 비해 처진다는 것을 강조하느라 한 말이겠지만 박세리의 극적승리를 한낱 PGA 투어참가자격 획득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우습다.

야구,풋볼,농구등 메이저스포츠에서는 여자들의 활동이 전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지만 테니스와 골프등 개인 스포츠종목에서는 여자들도 남자 못지않게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상하게도 테니스에서는 상금에 남녀간 격차가 거의 없으나 골프의 경우는 차이가 크다.

지난번 박지은이 첫우승의 감격을 누린 케시 아일랜드 그린스 닷 컴이라는 긴 이름의 LPGA대회를 예로 들어보자. 이대회 총상금은 75만달러, 우승상금은 11만5000달러로 같은 주 열린 PGA대회의 4분의1, 5분의1에 불과했다. PGA까지는 차이를 감수한다고 치자. 그러나 같은주 - 일정도 1라운드가 짧은 3라운드로 - 열린 시니어 PGA 대회의 총상금이 LPGA의 2배인 150만달러였다는 사실을 볼 때 골프계에 성차별은 틀림없이 있는 것 같다.


여자골프가 남자골프와 비교해 호쾌한 맛이 없는 탓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PGA대회에서 한물간 - 옛날 같으면 집에서 손주나 보고 있어야할 - 노인네들로 구성된 시니어 PGA투어도 그다지 호쾌한 맛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역사면에서도 LPGA가 50년에 시니어 PGA는 20년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뿐 아니다. 1990년 벤호건투어로 탄생,나이키 투어라는 이름을 거쳐 최근에는 바이 닷 컴 투어로 변신한 2부투어 상금도 45만달러에 달하고 있어 조만간 LPGA를 추월할 기세다.

어느 스포츠 전문가는 여자와 남자간에 실력차가 있기 때문에 상금도 그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경쟁면에서 볼때도 올 US오픈 예선 출전자가 9,000명에 가까웠는데 US 여자오픈 예선 출전자는 900명선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상금격차가 10대1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주장도 남녀간의 파워차이가 현격한 테니스가 남녀 비슷한 수준의 상금을 주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설득력이 없다.

스포츠에서의 성차별은 여자의 사회활동을 막기위한 남자들의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남자들은 여자가 운동을 하면 ‘톰보이’ 심하면 ‘레즈비언’으로 몰아세웠으며 그같은 작전은 잘 맞아 떨어져 여성들 스스로 "운동을 하다가는 동성애자로 간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호모포비아’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미대학 여자운동팀 코치의 51%,선수의 46%가 ‘호모포비아’가 여자 스포츠 발전에 최대의 장애라고 믿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같은 음모론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지난 1972년 연방의회는 "연방예산의 지원이 이뤄지는 모든 교육프로그램 -체육을 포함한- 에서 남녀간의 차별을 금한다"는 내용의 교육법개정안「타이틀 9」을 통과시켰다. 이법안이 통과되자 미대학체육협회(NCAA)와 남자선수 및 코치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각 대학들도 이를 지키려하지 않았고 연방정부도 적극적인 시행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 법안을 지키지 않는 대학에는 연방지원금을 주지 않게 돼 있는데 실제로 회수한 예는 한번도 없었다.

이법이 제대로 지켜지게된 것은 여성체육인들의 투쟁의 결과다. 1993년 하워드대학 여자농구팀 코치 새냐 타일러가 남자팀 코치보다 월급을 적게준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240만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아냈고 비슷한 성격의 소송이 줄을 이었다. 소송이 대부분 여성들의 승리로 돌아가자 결국 대학들도 시정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여학생들에 대한 체육장학금 지급이 늘고 여자팀 코치의 급료가 크게 올랐다. 덕분에 아직도 대등한 수준은 아니지만 미 대학 체육장학금의 3분의1이 여자에게 돌아가고 있고 대학 체육예산의 4분의1이 여학생 운동팀에 돌아가고 있다.

여성들 스스로 ‘호모포비아’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때 프로 스포츠에서의 남녀차별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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