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님의 자장가

2000-06-10 (토)
크게 작게

▶ 이하성 (소아과 의사)

“타박 타박 타박네야, 너 어디로 가니…우리 엄마 젖먹으러 간다”

언제나 들어 정다웠던 어머님의 자장가이다. 이제 어머님은 이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 목소리는 항상 내 곁에 남아있다.

다정하게 불러주시던 어머니의 그 자장가는 나의 어린시절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곡조나 가사가 다소 잘못 되었을지라도 자장가 속에는 어머님의 사랑이 가득 담겨져 있다. 건강하게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어머님의 기도와 애정이 깃들어 있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안에서 평화스럽게 젖을 먹고 있는 갓난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나는 추억속으로 빠져 버린다. 호롱불 밑에서 농부와 흥부, 심청전 등 옛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어머님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어머니 품에서 자라나는 처음 1년은 일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간다”라는 우리의 속담이 있지만 성격 형성은 처음 3살이전에 이루어지는 것 같다.

20여년간 소아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성격이 명랑하고 조용한 어린이, 유난히도 착한 아이를 진찰할 때는 그 부모를 다시한번 쳐다보게 된다. 훌륭한 가정교육을 마음껏 칭찬하여 주고 싶어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즈음,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하느라고 너무 바빠서인지 모유를 먹이는 대신 인공우유나 콩우유를 먹이고 아기 보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어린 아이들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모자라게 되고 정서적으로 포근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결핍된 채 자라게 된다. 그러니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겠다.

엄마의 자장가 소리를 넉넉히 듣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를 상상해보라! 그아이는 어디서 ‘포근하다’혹은 ‘평온하다’라는 어휘를 이해하겠는가? 어휘의 이해가 아니고 사람으로서 진정 추구하는 행복을 어떻게 느끼고 향유할 수 있겠는가?

아기가 잠들기 전에 그 옆에서 자장가를 불러주든지 성경 말씀이나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자녀에게 주는 것이다. 어머니의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꿈나라로 갈 수 있는 것은 어린 아이에게 더할 수 없는 행복감과 안도감을 주게 된다.

항상 어머니가 내 곁에서 나를 보호하고 있고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면 이상 심리문제로 엽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젊은이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내가 낳은 자식이 심리적인 불안과 애정 결핍증으로 불행한 일을 일으킨다면 그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그만큼 어머니의 애정어린 돌봄은 아기의 성격과 정서에, 그리고 장래에 자라서 그 가족과 사회에 창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겠다. 특히 어린이의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바로 잡아주는 데도 어머니의 교육은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