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굶주림과 공포에 짓눌린 탈북난민들.

2000-06-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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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연변을 다녀와서.

▶ 서병선<뉴욕예술가곡연구회 회장>

탈북난민돕기 음악회에서 모금된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중국선교에 뜻을 둔 두분의 동행자와 함께 연변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4월29일 오후 4시경 중국 심양 비행장에 도착한 일행은 낙후된 버스를 타고 15시간이 걸린 끝에 중국 선교가 펼쳐지는 흑룡강성으로 갔다. 이곳은 중국 전역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농가 마을이었다. 조선족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 많은 가정에서 가족중 일부가 생계를 위해 한국에 가서 돈벌이를 하고 있느라 가난이 빚어낸 생이별의 외롭고 쓸쓸한 생활을 살아가고 있었다.

땅속에서 나오는 물을 펌프로 길어먹고 나무를 때 밥을 짓고 난방을 유지하고 사는 문명과 등진 불편한 생활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은혜로운 일주일동안의 중국선교학습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도문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학습에 같이 참가했던 김씨와 같이 앉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북한 땅에 들어가 선교를 펼치다가 붙잡혀 1년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장본인이었다.


감옥에서 받은 고초와 형벌은 차마 마음이 아파 듣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머리를 몽둥이로 여러차례 두들겨 맞아 실신도 하였고 그 후유증이 심하여 지금도 귀가 멍하고 잘 안들리는 것이다. 북한에 잡혀 있는 동안 사람을 잡아먹은 한가족인 부모와 두 어린 자식들, 소를 잡아먹는 소도둑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건으로 눈을 가린채 공개 총살당하는 광경도 보았고 붙잡힌 탈북난민들을 혀나 두손을 철사로 꾀어 끌고가 처형시키는 끔찍한 일도 보았다고 한다.

도문에서 우리는 ‘꽃제비’(굶주린 북한어린이들을 칭함) 어린이들도 만났고 탈북난민들에게 따뜻한 구제의 손길을 펼쳐오고 계신 목사님들과 선교사님들을 만나 성금을 전달해 드렸다. 지금 중국 연변지역에는 굶주림의 극심한 고통에서 탈출하여 강제 송환의 무서운 공포 속에서 매일매일을 숨어 살아가고 있는 탈북 난민들의 수가 무려 30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이며 온갖 두려움과 납북의 공포 속에서도 이들을 구제하고 이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오고 계신 분들의 대부분이 선교사님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제 36년간의 잔악한 식민통치하에서도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위대한 우리 믿음의 조상들의 고귀한 민족사랑의 정신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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